구리 28/여 불안장애, 불안장애 문의. 병원 다녀온 뒤로 불안이 심해졌어요. 가슴이 자꾸 두근거리고, 잠을 며칠째 설치고 힘듭니다.
어릴 때 고모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는데, 아버지도 심장이 약하신 편이고 가족력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자꾸 가슴이 두근거리셔 병원 갔더니 부정맥이 있다고 하네요. 신경과에서는 자율신경 문제라고 했구요.
심장 정밀 검사를 받았는데 큰 문제가 있는 상태는 아니니까 정기적으로 검사만 받아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계속 심장문제가 신경이 쓰이고 불안해요. 두달전부터 불안이 심해졌는데, 지난주부터는 잠도 많이 못 자고 더 힘들어졌어요.
이런 정도면 불안장애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정신과 약은 무서워서 한의원 가 보려고 합니다.
시험공부할 때 총명탕 두 달 복용했던 적이 있는데, 그런 약이랑 비슷한 한약일까요?
혹시 불안장애 치료 한약은 다른 성분이 들어가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건 아닐지도 궁금합니다.
치료하면 좋아질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석선희입니다.
심장 질환의 가족력으로 인해, 평소에도 심장 건강에 대한 염려가 마음 한편에 깊이 자리 잡고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제로 가슴 두근거림을 느끼고 부정맥이나 자율신경 관련 소견을 들으셨으니,
정밀 검사상 큰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음에도 불안한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반응입니다.
특히 최근 두 달 사이 불안감이 눈에 띄게 심해지고 지난주부터는 수면의 질마저 떨어져 일상생활을 유지하기가 무척 힘드셨을 텐데,
그 고통과 염려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신체적인 정밀 검사에서 심장의 구조적·기능적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심한 불안과 두근거림이 지속된다면
이는 단순한 심장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심리학적 요인과 자율신경계의 불균형이 결합된 결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임상적으로는 범불안장애나 질병불안장애, 혹은 공황장애의 범주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나 공포를 느끼면 뇌의 편도체와 시상하부가 자극되어 교감신경을 과도하게 활성화합니다.
이로 인해 아드레날린 등의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신체화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 증상이 다시 '내 심장에 문제가 생겨 큰일이 날 것 같다'는 파국화 사고로 이어지면서 불안을 증폭시키고
자율신경을 더욱 자극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일련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지속적인 자율신경계의 불안정성은 각성 상태를 유지시켜
뇌가 수면 단계로 진입하는 것을 방해하므로 불면증을 흔하게 동반하게 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처럼 기질적 이상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한 증상을 정충(怔忡)이나 경계(驚悸)의 범주로 분류하며,
자율신경계의 조절력 저하를 심담허겁(心膽虛怯)이나 간기울결(肝氣郁結) 등의 관점으로 바라봅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염려가 오랜 기간 지속되면 기운이 소통되지 못하고 뭉치는 간기울결 상태가 되고,
이것이 오래되면 불이 붙는 것처럼 화(火)의 특성을 띠게 됩니다.
원래 인체는 차가운 기운은 위로 올리고 뜨거운 기운은 아래로 내리는 수승화강(水昇火降)의 균형이 이루어져야 정신과 신체가 안정되는데,
스트레스로 인해 상부로 화가 치밀어 오르면 심장의 열을 제어하지 못해 가슴이 두근거리고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됩니다.
한방신경정신과에서는 이처럼 과열된 심장의 열을 내리고, 부족한 음혈을 보충하여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한약과 침, 약침 치료 등을 시행합니다.
과거 복용하셨던 총명탕은 기본적으로 원지, 석창포, 백복신 등의 약재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뇌의 기혈 순환을 돕고 심신을 안정시켜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반면, 현재 겪고 계신 불안과 불면을 치료하기 위한 한약은 처방의 구성과 목적이 다릅니다.
이때는 불안을 가라앉히고 과항진된 교감신경을 완화하기 위해 시호, 황련, 용골, 모려, 산조인, 백자인처럼
뇌 신경의 과도한 흥분을 억제하고 정서적 안정을 유도하는 약재들을 환자의 체질과 변증 유형에 맞추어 정밀하게 조합하게 됩니다.
한방신경정신과에서 처방되는 한약은 중추신경계를 인위적으로 강하게 억제하거나 강제적인 진정 작용을 일으키는 성분이 아닙니다.
뇌 신경의 과흥분을 완화하고 인체 스스로 자율신경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기전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양약 항불안제나 수면제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주간 졸음, 무기력감, 인지기능 저하, 중독성이나 금단 증상 같은 부작용이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몸의 전반적인 기혈 균형을 잡아주기 때문에 낮 동안 일상생활을 하거나 학습, 업무를 수행하는 데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도
편안하게 불안을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재 겪고 계시는 불안과 수면 장애는 마음의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며, 신체와 신경계가 보내는 일종의 과부하 신호입니다.
정밀 검사상 심장에 직접적인 큰 병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리마인드 하시면서 마음을 조금 내려놓으셔도 좋습니다.
한의학적 치료를 통해 흐트러진 자율신경의 균형을 바로잡고 수승화강의 상태를 회복한다면
충분히 이전의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실 수 있으니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증상이 더 고착화되기 전에 늦지 않게 불안장애치료 한의원을 방문하셔서 상세한 진찰과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권유 드립니다.
하루빨리 불안에서 벗어나 편안한 잠을 이루고 건강하게 잘 회복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