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할수록 잠이 더 안 와요. 갱년기 때문일까요? (중랑구 40대 후반/남 불면증)
예전에는 제가 잠 때문에 힘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몇 달 전부터 잠드는게 시간이 걸립니다. 이상하고 피곤할수록 잠이 더 안 옵니다. 그러면 너무 예민해지고 또 그래서 더 머리가 각성되고 그런 반복이에요. 병원에서 수면유도제 처방을 받아서 복용해보기도 했는데요. 큰 도움이 안 되더라고요. 제가 올해 49세인데요. 남자도 갱년기가 있는건가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헌입니다.
49세라는 연령대에 접어들면서 겪고 계신 수면 문제는 전형적인 입면장애와 생리학적 과각성 상태로 보입니다. 예전과 달리 피곤할수록 잠이 더 안 오고 예민해지는 현상은 의학적으로 충분히 설명 가능한 증상입니다. "이상하게 피곤할수록 잠이 더 안 온다"는 것은 뇌가 밤에도 각성 상태를 풀지 못하는 생리학적 과각성 (Physiological Hyperarousal) 상태에 있기 때문입니다.
불면증 환자의 뇌는 수면을 취해야 할 밤에도 교감신경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맥박, 체온,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져 있습니다. 잠을 못 자는 날이 반복되면 뇌는 "오늘도 못 자면 어쩌지?"라는 불안을 학습하게 됩니다. 이 과정이 굳어지면 침실에 들어가거나 자려고 눕는 행동 자체가 뇌를 깨우는 '스위치'로 작동하게 되어,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집니다. 잠을 자려고 지나치게 노력할수록 오히려 긴장과 좌절감이 커져 잠을 쫓아버리는 수행불안이 발생하여 예민함이 극도로 높아지게 됩니다.
당연히 남성도 갱년기 영향이 있습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모두 갱년기는 심신의 변화가 급격하고 호르몬의 불균형이 심화되는 시기로, 수면을 조절하는 뇌 기능에 영향을 주어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40대에 접어들면 뇌의 피로도가 증가하고 수면 조절 시스템(시상하부 등)의 기능이 저하되기 시작하면서 수면 구조에 변화가 생기기 쉽습니다.
잠자리에 누운 지 20분 이상 지나도 잠이 오지 않으면 즉시 침대에서 나오십시오. 거실에서 가벼운 독서 등을 하다가 정말 졸릴 때만 다시 눕는 과정을 통해 '침대는 잠만 자는 곳'이라는 인식을 뇌에 다시 심어주어야 합니다. 또한 전날 몇 시에 잤든 상관없이 아침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생체 리듬 회복에 가장 중요합니다. 기상 후 30분 이내에 햇볕을 30분 이상 쬐면 멜라토닌 분비 리듬이 정상화되어 밤에 잠들기가 수월해집니다. 자기 1~2시간 전에는 스마트폰의 블루라이트를 피하고, 잠들기 2시간 전쯤 따뜻한 물로 족욕이나 반신욕을 하면 심부 체온이 떨어져 잠드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는다면, 뇌 스스로 수면과 각성을 조절하는 힘을 기르는 한방 치료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한방 치료는 억지로 뇌를 억제하는 수면제와 달리, 체질을 개선하고 장부기혈(臟腑氣血)의 균형을 되찾아주는 한약 처방으로 뇌가 스스로 잠을 잘 수 있는 정신적, 신체적 조건을 만들어줍니다. 아울러 침뜸, 약침, 전침, 추나요법 등을 병행하여 심신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 저항력을 높여 치료 효과를 높입니다. 부디 가까운 한의원에서 상담받아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