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욕구가 사라지고 다 부질없다는 생각만 들어요. (노원구 40대 후반/남 우울증)
누구나 스트레스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다 저같진 않을 것 같은데요. 모든 욕구가 사라지고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터널 속을 헤매는 것 같고 이런 맘을 남들은 이해도 못할 것 같다는 생각만 듭니다. 아내랑 애들 생각하면 힘을 내야지 싶다가도 아무리 노력해도 원하는 결과는 나오지도 않고 다 부질없다는 생각만 들고 너무 무기력해집니다. 지난달에 병원에 가봤더니 우울증이라면서 약을 먹고는 있는데요. 아직은 그냥저냥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이런 늪 같은 기분에서 헤어 나올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헌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터널 속에 홀로 계신 것 같은 그 고통과,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해서 기운을 차려보려 해도 몸과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 무력감은 단순히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우울증이라는 질환이 보내는 간절한 구조 신호입니다. 질문자님이 느끼시는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다"는 생각이나 깊은 무기력함은 전문가들이 말하는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 상태로 볼 수 있는데, 이는 뇌가 에너지를 보존하기 위해 스스로를 '셧다운(Shutdown)'시킨 결과입니다.
이 늪 같은 기분에서 헤어 나오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의 무기력을 '의지 부족'이 아닌 '질환의 증상'으로 받아들이세요. 지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것은 질문자님이 나약해서가 아니라,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뇌 부위인 해마와 편도체의 기능이 저하되어 뇌의 활력이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힘을 내야지"라며 자신을 다그치는 것은 오히려 심리적 피로를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지금은 뇌가 휴식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임을 인정하고, 우울해하는 자신을 스스로 허락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약물 치료의 효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 달 전부터 약을 드시고 계시지만 아직 큰 변화를 모르겠다고 하셨는데, 항우울제는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보통 4~6주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또한 처음 처방받은 약만으로 모든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는 경우는 약 30~40% 정도이며, 사람에 따라 약물 조정이나 다른 치료법과의 병행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조급해하지 마시고 끈기 있게 치료에 임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의학적 치료를 병행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현재 복용 중인 양약만으로 호전이 더디거나 몸이 무거운 증상이 계속된다면, 한의학적 치료를 병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우울증을 기운이 뭉치고 펴지지 못하는 '울증(鬱證)'으로 보고, 환자의 체질과 장부기혈(臟腑氣血)의 불균형을 바로잡아 뇌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에너지와 자생력을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한방 치료는 졸리거나 머리가 멍해지는 부작용이 적어 일상생활을 유지하며 치료받기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어두운 터널은 반드시 끝이 있으며, 적절한 치료와 휴식을 통해 뇌 에너지가 회복되면 다시 예전의 밝은 모습을 되찾으실 수 있습니다. 혼자서 모든 짐을 다 짊어지려 하지 마시고, 주변에 현재의 마음 상태를 더 솔직하게 표현하며 적절한 치료적 도움을 구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