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우울증이 재발하신 것 같아요. (노원구 60대 초반/남 우울증)
10년 전에 엄마가 암으로 먼저 돌아가셨고 그 이후 아빠가 2~3년간 우울증이 있으셨어요. 당시에 우울증약도 먹고 한의원도 다니고 하면서 치료하셨고 한동안 괜찮아지셨는데요. 올해 60세가 넘어가서 그러신지 제가 보기에 다시 우울증 증상을 보이세요. 괜히 서운한 내색에 눈물도 자주 보이시고 말씀이 확연히 줄어드셨어요. 조심스럽게 치료해보자고 말씀드려봐도 괜찮다며 병원에 안 가려고 하시네요. 너무 걱정되는데, 어떻게 도와드려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헌입니다.
아버님께서 다시 우울증 증상을 보이시고 치료를 거부하고 계셔서 걱정이 매우 크실 것 같습니다. 10년 전 사별이라는 큰 상실을 겪으신 후 이미 우울증을 앓으셨던 경험이 있는 만큼, 현재 아버님이 보이는 말수 감소, 빈번한 눈물, 서운함의 내색 등은 우울증의 전형적인 증상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60세가 넘은 연령대를 고려할 때, 이는 노인성 우울증의 범주에서 이해할 수 있으며, 특히 노년기에는 삶의 의미 상실이나 관계의 단절, 신체적 고통 등이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우울증 환자, 특히 아버님 세대는 정신과 진료에 대한 편견이나 과거 약물 치료 시 겪었을 수 있는 졸음, 머리 멍함 등의 부작용 때문에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울증 치료" 대신 "기력 보강" 제안: "우울증을 치료하자"는 말은 아버님께 거부감을 줄 수 있습니다. 대신 "요즘 부쩍 기운이 없어 보이시니, 기력을 보강하고 체력을 키우기 위해 한의원에서 보약이나 침 치료를 받아보자"는 식으로 신체적 회복을 강조하며 접근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정신과 약물에 대한 거부감이 있으시다면, 한의원 치료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뇌의 흥분을 강제로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체질과 장부기혈(臟腑氣血)의 상태를 살펴 뇌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아버님의 상태에 따라 맞춤형 한약 처방과 침뜸, 약침, 부항, 추나 치료 등을 병행하여 체력과 정신력을 동시에 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한방 치료는 졸리고 살이 찌거나 머리가 멍해지는 부작용이 적고, 치료 중단 시 증상이 다시 심해지는 반동 현상이 적어 근본 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버님의 무기력함이나 눈물을 의지의 문제로 탓하지 마시고, "지금 아버님의 뇌가 스트레스에 너무 예민해져서 휴식을 요구하는 상태구나"라고 담담하게 인정해 드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힘내세요",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라는 조언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대신 아버님의 말씀을 있는 그대로 들어드리고, 곁에서 가만히 시간을 함께 보내주는 것만으로도 큰 정서적 지지가 됩니다.
우울증은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빨리 회복되지만, 방치하면 재발이 잦아지고 뇌의 조기 노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버님이 치료 의지를 가지실 수 있도록 체질 개선이나 기력 회복을 명분으로 하여 한의원 상담부터 가볍게 시작해보시길 권유드립니다. 도움되셨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