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약 복용 중단 후 나타나는 반동 현상 때문에 괴로워요. (인천 20대 초반/여 정신과 약 단약)
우울증과 불안 증세로 정신과 약을 1년 넘게 복용해왔습니다.
증상이 호전된 것 같아 최근 스스로 약을 끊어보려 시도했는데,
잠이 전혀 안 오고 속이 메스꺼우며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픕니다.
약에 너무 의존하게 된 건 아닌지 겁이 나고,
다시 약을 먹어야 할지 아니면 이대로 버텨야 할지 막막합니다.
안전하게 약을 줄여나갈 방법이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남열입니다.
오랜 기간 약을 복용하며 힘든 시간을 견뎌오셨는데,
약을 끊어가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고 계셔서
얼마나 당황스럽고 힘드실지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스스로 약 없이 서보려는 용기를 내셨던 것인데, 오히려 몸이
더 힘들어지니 혹여 평생 약에 의존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드시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지금 겪고 계신 증상들은 질문자님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우리 몸과 뇌가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느라 보내는
일종의 '반동 현상'이자 신호이니 너무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단약 후의 증상들을 '정기(正氣)'가
아직 온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부의 도움(약물)이
갑자기 사라져 발생한 불균형으로 봅니다. 이를 비유하자면,
다리를 다쳐서 오랫동안 목발에 의지해 걷던 사람이
갑자기 목발을 던져버린 상황과 같습니다.
목발 없이 걷기 위해서는 다리의 근육이 충분히 길러져야 하는데,
근육이 아직 약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걸으려다 보니 통증이 생기고 휘청거리는 것입니다.
여기서 다리의 근육은 우리 몸이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고
신경계를 안정시키는 '자생력'을 의미합니다.
그동안 약물이 대신해 주던 조절 기능을 내 몸이 다시
스스로 수행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채워주는 과정이 생략되었기에 지금처럼
메스꺼움, 두통, 불면과 같은 힘든 증상들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조건 참으며 버티기보다는,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한의학적인 치료는 단순히 약을 끊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약물을 줄여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단 증상을
완화하며 우리 몸의 자생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한약이나 침 치료를 통해 신경계의 과도한 흥분을 가라앉히고,
기혈의 순환을 도와 몸이 스스로 안정감을 찾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목발을 한꺼번에 치우는 대신, 다리의 힘을 서서히 키워가며
보폭을 조절하는 세밀한 '감량(Tapering)' 과정이 동행될 때 비로소 안전한 홀로서기가 가능해집니다.
가정 내에서는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몸이 예민해진 상태이므로 카페인이나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시고,
낮 동안 가벼운 산책을 통해 햇볕을 쬐며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합성을 도와주는 것이 좋습니다.
명상이나 깊은 호흡법은 요동치는 자율신경계를 진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지금의 고통은 끝이 아니라, 더 건강해지기 위해 몸이 적응해가는 과도기임을 기억해 주세요.
혼자서 이 모든 과정을 감당하려 하기보다는,
전문가와 소통하며 차근차근 몸의 준비를 도와주어야 합니다.
질문자님이 다시 약물에 의지하지 않고도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다스리며
평온한 일상을 누리게 될 날이 반드시 오리라 믿습니다.
비록 지금은 안개가 자욱한 길을 걷는 것처럼 막막하시겠지만,
몸의 정기를 바로잡고 자생력을 키워나간다면 머지않아 맑은 하늘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고통스러운 이 시기를 잘 지나 다시 건강한 미소를 되찾으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