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틱이 있는데 미디어 줄여야할까요? (광주 소아/남 틱장애)
8살 초1 아들인데 틱이 있어요. 유심히 관찰해보니까 TV 보거나 핸드폰 할 때 유독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평소엔 좀 덜한데 영상 보고 나면 눈을 더 자주 깜빡이고 코를 찡긋찡긋 하는 게 늘어나요.
미디어가 틱을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는 건가요? 그래서 줄여야 한다면 아예 못 하게 해야 하는 건지 궁금해요.
근데 솔직히 현실적으로 완전히 못 하게 하는 건 어렵잖아요. 아이도 친구들이랑 어울리려면 같이 봐야 할 때도 있고, 가끔은 저도 정신없을 때 영상 틀어줄 수밖에 없거든요.
어느 정도까지 허용해도 괜찮은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의사 답변 (1)
답변완료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기호필입니다.
아이 틱이 영상 볼 때 더 심해지는 걸 직접 관찰하셨다니, 어머님이 정말 꼼꼼히 보고 계시네요.
그 부분 잘 잡으셨어요.
TV·핸드폰 자극은 분명히 틱과 연관이 있습니다.
틱은 두뇌 깊숙한 곳의 '기저핵'이라는 부위가 운동 신호를 거르지 못해서 생기거든요.
평소엔 불필요한 신호를 검문소처럼 막아주는데, 이 검문소가 약해지면 신호가 새어나가서 틱이 됩니다.
문제는 디지털 매체가 이 검문소를 더 약하게 만든다는 거예요.
쉽게 비유하면, 두뇌도 근육이랑 똑같아요.
운동 후에 근육이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듯, 두뇌도 자극을 받으면 그걸 처리하고 가라앉을 시간이 필요합니다.
근데 영상은 그 시간을 안 줘요.
화면 안에서 1초에도 몇 번씩 장면이 전환되고, 색과 소리가 강하게 쏟아지고, 짧은 영상이 끝없이 이어지면 두뇌는 끊임없이 새 자극을 처리해야 합니다. 검문소가 쉴 틈이 없어요. 이미 약해진 검문소에 자극이 한꺼번에 몰리니까 새는 양이 더 많아지는 거고, 그게 틱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영상은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강하게 자극합니다.
도파민은 운동 신호와도 직접 연결되는 물질인데, 영상 자극으로 도파민이 과하게 분비되면 운동 신호 자체가 흥분 상태가 됩니다. 그러면 안 그래도 약해진 검문소가 더 헐거워지죠.
그리고 안면 위주 틱이 있는 아이일수록 영상이 더 부담돼요.
화면을 응시하면 안구 근육이 계속 긴장하고, 깜빡임 횟수도 줄어듭니다.
그 피로가 안면 신경계로 그대로 전달돼서 눈깜빡임·코찡긋·입 움직임 같은 안면 틱을 더 자극하거든요.
어머님이 가장 궁금하셨던 부분, 아예 못 하게 해야 하느냐.
답은 그렇지 않습니다. 완전 금지는 비현실적이고, 또 그게 정답도 아니에요.
대신 이 세 가지를 신경 써주시면 충분히 관리됩니다.
짧게 자주보다 길게 한 번으로 가는 게 좋아요.
영상은 한 번 시작하면 두뇌 흥분 상태가 한참 이어집니다.
30분 보고 쉬고, 30분 보고 쉬고를 반복하는 것보다 한 번에 30분 보고 끝내는 쪽이 회복에 더 낫습니다.
자기 전 1~2시간은 화면 끄기. 잘 때는 두뇌가 가장 활발히 회복하는 시간인데, 자기 직전까지 영상 자극을 주면 그 회복이 잘 안 됩니다. 이 시간대 미디어가 가장 영향이 커요.
자극 강도 낮추기. 빠른 컷 전환, 큰 효과음, 자극적인 색감의 콘텐츠보다는 잔잔한 영상으로. 같은 30분이라도 두뇌가 받는 부담이 완전히 다릅니다.
이 세 가지만 지켜주셔도 영상에 의한 틱 악화는 꽤 줄여줄 수 있어요.
다만 미디어 조절만으로 틱이 다 잡히지는 않습니다.
검문소 자체가 이미 약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외부 자극을 줄여주는 것은 검문소 부담을 덜어주는 정도이지 검문소를 다시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치료는 아니거든요.
증상이 빈도나 강도 면에서 계속 변화 없이 이어지거나 더 늘어난다면, 한방치료를 함께 고려해보시는 것도 좋아요. 환경 조절이 외부에서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이라면, 한방치료는 검문소 자체의 안정성을 회복시켜주는 방향이거든요.
한약은 과활성된 신경전달물질을 가라앉히고, 약해진 신경회로 기능을 회복시키는 작용이에요. 외부 자극을 줄이는 것에 더해 두뇌 환경 자체가 안정되면, 같은 자극을 받아도 영향이 훨씬 덜해집니다.
8살이면 두뇌 회복력이 가장 좋은 시기예요.
환경을 잡아주시면서 회복 흐름까지 같이 만들어주시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습니다.
영상을 무조건 끊으시려 애쓰지 마시고, 어떻게 줄이고 어떤 시간대에 어떻게 보여줄지를 잡아주시는 게 더 현실적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