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하고 산만한 우리 딸, ADHD일까요? (마산 10대 초반/여 ADHD)
안녕하세요. 저희 딸아이 때문에 고민이 많아 상담을 남깁니다.
보통 ADHD라고 하면 남자아이들이 방방 뛰고 소리를 지르는 등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저희 아이는 그런 성향은 전혀 없고 오히려 얌전한 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매사에 집중을 잘 못하고 항상 멍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책상에 앉아 있어도 머릿속은 다른 생각을 하는지 진도가 전혀 안 나가고, 간단한 심부름을 시켜도 뭘 해야 할지 잊어버리거나 엉뚱하게 처리하기 일쑤입니다.
숙제나 일상적인 일들을 효율적이고 깔끔하게 해내는 법이 없어서 옆에서 지켜보는 저도 너무 답답합니다.
찾아보니 조용한ADHD라는게 있더라고요.. 여자아이이고 충동성이 전혀 없는데도 이런 산만함과 멍한 모습이 인터넷에서 본 ADHD의 증상이 맞는걸까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한나입니다.
아이가 공격적이거나 유난스러운 행동을 하지 않는데도 매사에 집중하지 못하고 흐트러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시느라 얼마나 답답하고 걱정이 많으셨을지 깊이 공감합니다. 흔히 ADHD라고 하면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뛰어다니는 산만한 남자아이들의 모습만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처럼 얌전한 편인데도 멍하게 시간을 보내고 할 일을 제대로 끝마치지 못할 때면, 그저 아이의 성격이 느긋하거나 의지가 부족한 탓으로 오해하여 훈육의 대상으로만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화를 내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그냥 지켜보자니 속이 타들어 가는 그 답답한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정성껏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어머님께서 설명해주신 증상들을 살펴보면 주의력결핍 우세형, 즉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는 조용한 ADHD가 강력하게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여자아이들의 경우 과잉 행동이나 충동성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과 공상이 떠다니는 주의력 결핍 형태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겉보기에는 얌전히 앉아 있는 것 같지만 머릿속은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릿하고 다른 생각들로 가득 차 있어서 눈앞의 과제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작업 기억력이 떨어져서 지시받은 내용을 쉽게 잊어버리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여 체계적으로 마무리하는 실행 기능이 또래보다 미숙합니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다 보니 발견이 늦어지기 쉽지만, 아이 스스로는 학업이나 일상생활에서 잦은 실수로 인해 자존감이 크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조용한 ADHD의 원인을 주로 심장과 비장의 기운이 허약한 심비양허, 혹은 맑은 기운이 뇌로 온전히 올라가지 못하는 기혈 불균형으로 진단합니다. 심장과 비장은 우리 몸의 맑은 혈액과 에너지를 생성하고 정신 활동을 주관하는 중요한 장부입니다. 이 장부들의 기운이 약해지면 뇌로 영양분과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해 머리가 맑지 못하고 늘 멍한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겉보기에는 신체적인 에너지가 부족해서 무기력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뇌 신경계가 정보를 처리하고 집중력을 유지할 만한 동력을 얻지 못해 정보 처리 회로가 공회전하고 있는 상태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방 치료는 억지로 뇌 신경을 각성시키는 것이 아니라, 뇌로 가는 맑은 에너지를 채워주어 스스로 집중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데 집중합니다. 아이의 체질에 맞춰 세심하게 처방되는 한약은 심장과 비장의 기능을 튼튼하게 보강하고 머리로 맑은 기운을 끌어올려 주는 안신 및 총명 작용을 돕습니다. 이 한약은 안개가 낀 듯 멍했던 뇌 신경의 피로를 씻어내어 주의력을 높여주며, 아이가 주변 자극에 쉽게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일에 몰입할 수 있는 내면의 자생력을 회복시켜 줍니다. 몸속의 기운이 조화로워지고 뇌 신경계가 맑아지면, 아이가 엉뚱한 실수를 하는 횟수가 줄어들고 지시받은 일들을 차분하게 끝맺음하는 힘이 점진적으로 길러지게 됩니다.
약물 치료와 함께 기혈 순환을 돕는 부드러운 소아 침 치료나 마사지를 병행하면 뇌로 가는 혈류를 개선하는 데 더욱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는 아이가 과제를 한 번에 완벽하게 해내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아주 작은 단위로 쪼개어 하나씩 성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실수에 대해 다그치기보다는 잘 해냈을 때 칭찬을 아끼지 않으셔야 아이의 자존감이 회복됩니다. 조용한 ADHD는 발견과 대처가 빠를수록 아이가 겪을 심리적 위축을 막고 건강한 뇌 발달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조속히 내원하시어 아이의 체질에 맞는 세밀한 진단과 치료를 시작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