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눈물이 나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이것도 우울증일까요? (안양 30대 초반/여 우울증)
요즘 부쩍 마음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특별히 슬픈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퇴근길에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고,
주말엔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을 만큼 무기력해요. 잠도 자꾸 설치고 가슴이 답답해서 숨쉬기가 힘든데,
의욕이 전혀 생기지 않는 이런 상태도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일까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강수빈입니다.
남겨주신 글을 읽으며 마음 한구석이 참 무거웠을
질문자님의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져 제 마음도 참 안타깝습니다.
뚜렷한 이유라도 있다면 원망이라도 해보겠으나,
남들이 보기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나 홀로 깊은
수렁에 빠진 듯한 기분은 그 무엇보다 외롭고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갑자기 흐르는 눈물과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힘든 무기력함은
결코 질문자님이 나약해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동안 마음의 에너지를 남김없이 쏟아부어,
이제는 내면의 등불이 잠시 흐려진 상태라고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우울감과 무기력의 원인을
단순히 심리적인 문제로만 보지 않고, 우리 몸 안의 기운이
제대로 순환되지 못하거나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인
'기혈허(氣血虛)'와 '심담구겁(心膽俱怯)'의 관점에서 살피곤 합니다.
이를 쉽게 비유하자면, 우리 몸을 하나의 자동차라고 했을 때
'기혈허'는 연료가 바닥난 상태를 의미합니다.
연료가 없으니 엔진을 돌릴 힘이 없고, 억지로 가동하려 해도
차가 덜컹거리며 금방 멈춰버리는 것이지요.
질문자님이 느끼시는 무기력함은 바로 이 에너지가
부족해 몸이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잠시 멈춤 버튼을 누른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한 느낌은 '심담구겁',
즉 심장과 담력을 관장하는 기운이 약해져 외부의
작은 자극에도 마음이 쉽게 흔들리고 위축되는 상태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맑은 물에 잉크 한 방울만 떨어져도 금세 탁해지듯,
마음의 방어벽이 얇아져 사소한 감정의 변화에도 큰 파동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한방신경정신과에서는 이처럼 꽉 막힌 기운을 소통시키고,
부족해진 마음의 연료를 채워줌으로써
신체와 정신이 스스로 균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는 데 집중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현재 본인이 겪고 있는 감정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체계적인 한방신경정신과 상담과 진료를 통해
마음의 결을 정리해보는 과정이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한의학적인 접근은 단순히 증상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몸의 전반적인 컨디션을 끌어올려 마음이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체력을 만들어주는 데 그 의의가 있습니다.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측정하거나 한의학적 진단을 통해
현재 질문자님의 심리적 자산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은 시작이 될 것입니다.
일상생활에서는 아주 작은 성취감을 느끼는 것부터 시작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거창한 운동이나 활동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물 한 잔 마시기, 5분 동안 햇볕 쬐며
걷기처럼 아주 사소한 행동들이 뇌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햇볕 아래서 가볍게 산책하는 것은
우리 몸의 기운을 소통시키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억지로 자려 애쓰기보다는
따뜻한 물로 족욕을 하며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도 기혈 순환에 도움이 됩니다.
혼자서 이 어두운 터널을 지나려고 애쓰지 마시고,
가까운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를 찾아 현재의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나누며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보시길 바랍니다.
내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전문가와 함께 차근차근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회복으로 가는 소중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작성해 드린 답변이 질문자님께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보다 조금 더 편안한 내일이 찾아오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지금의 이 힘든 시간도
언젠가는 질문자님의 삶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모쪼록 마음의 평온을 되찾으시길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