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에서 못 벗어납니다. 미래가 없는 것 같아요. (노원구 30대 중반/여 PTSD)
지금 36살 여자입니다. 20대 초반 성폭행, 20대 후반 직장내 괴롭힘 등등 그리고 그 이후로 PTSD 우울증 등으로 여태 취업은 커녕 독립도 못하고 부모님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두 분 모두 연로하시고 지병도 있으신데, 마냥 이렇게 지낼 수만은 없다는 생각은 절실합니다. 빨리 낫고 싶지만 정신과 치료나 심리상담만으로는 크게 도움받질 못했습니다. 여전히 과거 트라우마 속에서 벗어나질 못하는데요. 내 미래는 없는건가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헌입니다.
먼저 오랜 시간 동안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아픔을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오신 것에 대해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20대부터 시작된 반복된 외상과 그로 인한 삶의 정체감 때문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느끼시는 것은 현재 상태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전형적인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 중 하나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사용자님의 미래는 결코 사라진 것이 아니며,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충분히 회복하고 극복할 수 있습니다. 트라우마는 단순히 '기억'의 문제가 아니라 '뇌와 신체의 생리학적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트라우마의 공포는 신체 반응을 주관하는 '정서적 뇌'와 '변연계'에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성적으로는 "이제 안전하다"는 것을 알아도, 몸이 느끼는 공포와 각성 상태를 이성적인 생각만으로는 완전히 없애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사정상 신체와 뇌를 함께 돌보는 '상향식(Bottom-up)' 접근이 필요합니다. 기존 치료에 한계를 느끼셨다면, 몸의 감각을 먼저 안정시키는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예들 들어 요가, 명상, 호흡법 등의 신체 기반 치료는 과민해진 자율신경계를 진정시키고 '지금 여기'에 안전하게 머무는 감각을 익히게 해줍니다. "신체가 위험 요소가 지나갔다는 사실을 깨닫고 현실을 살아갈 수 있게" 돕는 것이 회복의 핵심입니다.
몸과 마음을 하나로 보는 한의학적 접근이 전형적인 상향식 방법인데요. 장부(臟腑)와 기혈(氣血)의 불균형을 바로잡아 뇌 스스로 불안과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한약 치료는 체질을 개선하여 불안 조절에 관여하는 뇌신경 세포의 기능을 호전시킨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으며, 이는 정신과 약물과 병행했을 때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같은 조건에서도 뇌와 몸이 반응하는 양상은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습니다.
사용자님은 그동안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해오셨습니다. 지금 느끼는 자책감과 수치심은 사용자님의 잘못이 아니라 트라우마의 흔적일 뿐입니다. 조금씩 자신의 몸과 마음을 아끼는 시간을 가지며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부모님 곁을 떠나 독립적인 삶을 꾸려나갈 힘을 반드시 되찾으실 수 있습니다.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이번 기회에 가까운 한의원을 방문하여 사용자님의 체질과 상태에 맞는 새로운 치료적 접근을 상담받아보시기를 간절히 권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