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우울한데 엄마랑 자꾸 다투게 되요. (중랑구 10대 중반/여 청소년우울증)
중학교 2학년인데요. 요즘 너무 우울하고 기분이 정말 별로인데, 엄마랑 많이 다투기까지 하고 힘들어요. 엄마는 제 얘기는 잘 믿지도 않고 맨날 혼내기만 하고, 제가 엄마 딸이란게 부끄럽다는 얘기나 하고 그래요. 그나마 아빠가 제 편이긴 한데, 아빠도 엄마한테 꼼짝 못 해요. 정말 이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고 진짜 삶의 이유도 없고 어떨 땐 죽어버리까 싶을 때도 있어요. 그나마 아이돌 덕질이라도 해서 버티는 것 같아요. 앞으로 저는 어쩌면 좋죠?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헌입니다.
지금 겪고 있는 마음의 고통이 얼마나 깊을지 감히 짐작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중학교 2학년이라는 시기에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어야 할 어머니와의 갈등, 그리고 누구도 내 마음을 온전히 이해해주지 못한다는 고립감은 뇌와 마음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며, 이것이 한계를 넘어서면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질문자님이 느끼는 고통은 나약함 때문이 아니라, 지친 뇌가 보내는 간절한 구조 신호입니다.
현재 겪는 감정은 우울증과 같은 '질환'의 증상일 수 있습니다. 청소년기 우울증은 성인과 달리 단순히 슬프기보다 '짜증'이나 '반항적인 태도'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머니와 자주 다투게 되는 것도 학생의 성격 문제라기보다, 우울증으로 인해 정서 조절 능력이 저하되어 나타나는 '가면 우울증'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현재 삶의 이유를 찾기 힘들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의욕을 담당하는 전두엽 기능이 저하되고 공포와 분노를 담당하는 편도체가 과잉 활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뇌가 에너지를 보존하기 위해 스스로를 '셧다운'시킨 결과입니다.
'아이돌 덕질'은 훌륭한 생존 전략입니다. "아이돌 덕질이라도 해서 버틴다"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뇌과학적으로 무언가에 몰입하고 즐거움을 찾는 행위는 도파민을 분비시켜 뇌의 회복을 돕습니다. 니체는 "살아야 할 이유를 가진 사람은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 학생에게는 아이돌이 그 소중한 '살아야 할 이유'이자 뇌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찾아낸 방어 기제입니다.
하지만 더 나아가, 실질적인 도움을 구해야 합니다. 혼자서 이 무게를 다 감당하려 하지 마세요. 학교의 Wee 클래스 상담 선생님이나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전화 1388)를 찾아 현재 마음 상태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부모님 동의 없이도 첫 상담은 가능하며, 전문가의 도움은 해결할 수 있는 문제 때문에 최악의 선택을 하지 않도록 돕는 중요한 안전장치가 됩니다.
아울러 한창 성장발달 중인 청소년 우울증의 경우 한의학적 접근도 도움될 수 있는데요. 한의학에서는 우울증을 기운이 뭉친 '울증(鬱證)'이나 '칠정상(정서적 상처)'으로 보고 치료합니다. 체질과 장부기혈(臟腑氣血) 상태를 살펴 뇌 기능을 회복시키고 스스로 감정과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한약 처방을 중심으로, 침뜸, 약침, 추나 치료 등을 병행하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현재 상황이 정말 힘들겠지만, 청소년기의 뇌는 유연하여 적절한 도움을 받으면 성인보다 더 빠르게 회복될 수 있습니다. 당신은 결코 한심한 딸이 아니며, 단지 마음의 에너지가 잠시 고갈된 상태일 뿐입니다. 부디 용기를 내어 주변에 신호를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