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너무 우울한 기분이 드는데 어쩌죠? (노원구 10대 중반/여 청소년우울증)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엄마아빠도 잘 해주시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근데 이상하게 어두워지고 밤이 되면 기분이 너무 우울해져요. 어떤 면에서 이렇게 행복한데 계속될 것 같지 않은 불안한 느낌이 들고 그런 상황이 오면 어쩌지 하면서 괜히 부정적인 감정이 몰려와요. 그러다다 잠을 설칠 때도 있어요. 제가 중2인데 사춘기라 그런건가요? 어떻게 하면 좋죠?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헌입니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밤마다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이 드는 것은 질문자님의 잘못이 아니며, 우리 뇌의 신경학적 반응과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이라는 시기는 신체적, 정서적 변화가 급격히 일어나는 사춘기로, 이 시기에는 이전에는 드러나지 않던 불안이나 우울이 본격적으로 질병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면 우울증(Masked Depression)이라고 하여 소아청소년기 우울증은 성인과 달리 슬픈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 겉으로는 잘 지내는 것 같아도 혼자 있을 때 짜증이나 예민함, 혹은 질문자님처럼 갑작스러운 부정적 감정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뇌에는 위험을 감지하는 '편도체'와 이를 조절하는 '해마'가 있습니다. 선천적으로 이 부분이 예민한 경우, 실제 위험이 없는 상황(행복한 현재 등)에서도 뇌가 "이 행복이 끝나면 어쩌지?"라는 재앙적 사고를 일으켜 불안 신호를 보낼 수 있습니다.
행복한 상황이 계속되지 않을 것 같아 미리 걱정하는 것은 '예기불안'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밤이 되면 주변이 조용해지고 자극이 줄어들면서 뇌가 내면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더 집중하게 되어 '레이싱 소트(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가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일단 부모님께 솔직하게 말씀드리세요. 부모님은 질문자님이 얼마나 힘든지 모르고 계실 가능성이 큽니다. "요즘 밤마다 잠이 잘 안 오고 마음이 무거운데, 전문가의 상담을 한번 받아보고 싶다"고 용기 내어 말씀드려 보세요. 학교 Wee 클래스 활용도 고려해보세요. 부모님께 말씀드리는 것이 주저된다면 학교 상담 선생님을 먼저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가능하다면 한의학적 치료도 추천드립니다. 한의학에서는 환자의 장부기혈(臟腑氣血) 상태를 점검하고 체질을 개선하여 스트레스나 우울하고 불안한 심리를 관리할 수 있는 우리 뇌와 몸의 역량을 키우는데 목적을 두고 치료합니다. 한방 치료는 뇌 신경계를 강제로 억제하는 방식이 아니므로 졸음이나 멍함 같은 부작용이 적고, 성장기 청소년의 뇌 발달을 도우면서 정서적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지금 느끼는 고통은 질문자님의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잠시 마음의 에너지가 고갈되어 뇌가 휴식을 요구하는 신호입니다. 적절한 도움을 받는다면 다시 원래의 밝은 모습을 충분히 되찾을 수 있으니 혼자 견디지 마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