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때 우선순위를 못 정하고 실수가 잦아요. (진주 30대 초반/남 ADHD)
안녕하세요. 저는 30대 직장인입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제가 남들에 비해 업무 효율이 너무 떨어진다는 생각에 괴로운 마음으로 상담을 드립니다.
가장 큰 고민은 업무의 우선순위를 도무지 정하지 못하겠다는 점입니다.
여러 가지 일이 주어지면 어떤 것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결국 마구잡이로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중요한 일은 놓치고 덜 중요한 일에 시간을 다 허비하곤 합니다.
일하는 도중에도 집중력이 금방 흐트러져서 딴짓을 하게 되고 다시 업무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한참 걸립니다.
우왕좌왕하며 일을 처리하다 보니 마감 시간을 넘기는 일이 허다하고 꼼꼼하게 챙기지 못해 생기는 잔실수도 너무 많습니다.
처음에는 의지가 부족한 탓이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그쳐봤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자괴감만 커집니다.
성인인데 이런 집중력과 효율의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을 치료하면 나아질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한나입니다.
직장 생활을 하며 남모르게 겪으셨을 혼란과 좌절감이 글 속에서 깊이 느껴져 제 마음도 무겁습니다. 남들은 척척 해내는 것처럼 보이는 일들이 본인에게만 유독 높은 벽처럼 느껴질 때 얼마나 답답하고 괴로우셨을까요. 단순히 게으르거나 의지가 부족한 것이라면 애초에 이런 고민조차 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열심히 하려는 마음은 굴뚝같은데 결과가 따라주지 않을 때 느끼는 그 허망함을 제가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지금 환자분이 겪고 계신 증상은 성격이나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뇌 신경계의 조절 기능이 잠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임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환자분께서 적어주신 증상들을 종합해 볼 때 성인 ADHD, 즉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가 강하게 의심됩니다. 많은 분이 이 질환을 어린이들에게만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하시지만 실제로는 어린 시절의 증상이 성인기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다만 성인이 되면 어릴 때처럼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과잉 행동은 줄어드는 대신 머릿속이 산만해지는 내면의 과잉 행동과 주의력 결핍이 주된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해 효율이 떨어지고 체계적인 계획 수립이 어려우며 사소한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 성인 ADHD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이는 뇌의 사령탑 역할을 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약해져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뇌 신경계의 발달 과정에서 전두엽의 실행 기능이 저하되었기 때문입니다. 전두엽은 집중력을 유지하고 충동을 조절하며 일의 순서를 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 부위의 기능이 약해지면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이나 노르에피네프린의 불균형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외부 자극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뇌가 항상 과각성되거나 반대로 멍한 상태에 머물게 되는 것입니다. 한의학적으로는 뇌로 가는 맑은 기운이 부족하거나 심장에 쌓인 화가 머리 쪽을 어지럽히는 상태로 진단합니다. 즉 신체적인 에너지의 불균형이 뇌의 조절 능력을 떨어뜨린 것이 핵심입니다.
한의학적인 치료는 부족해진 전두엽의 기능을 보완하고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맞추는 데 집중합니다. 환자분의 체질에 맞춰 처방되는 한약은 뇌 신경계에 맑은 에너지를 공급하여 집중력을 높이고 머리를 맑게 해 줍니다. 특히 예민해진 신경은 가라앉히고 처진 기운은 끌어올려 감정 기복과 충동성을 조절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한약 치료는 인위적인 각성 효과보다는 뇌 스스로 조절 능력을 회복하게 돕는 자생력 강화에 초점을 둡니다. 여기에 두뇌 회전을 돕고 긴장을 완화하는 침 치료를 병행하면 뇌 혈류가 개선되어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더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한방 치료를 통해 몸의 균형이 잡히면 안개가 낀 듯 멍했던 머릿속이 점차 선명해지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치료와 함께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해결책도 균형 있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성인 ADHD 환자에게는 시각적인 구조화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모든 일정과 할 일을 머릿속에 담아두려 하지 말고 메모장이나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즉시 기록하고 알람을 설정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또한 큰 업무를 한 번에 처리하려 하지 말고 아주 작은 단위로 쪼개서 하나씩 완수해 나가는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좋습니다. 책상 주변의 불필요한 물건을 치워 시각적 자극을 최소화하는 환경 설정도 집중력 유지에 큰 도움이 됩니다. 업무 중간중간 짧은 휴식과 복식호흡을 통해 뇌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도 잊지 마셔야 합니다.
성인 ADHD는 적절한 치료와 환경적인 노력이 만난다면 충분히 호전될 수 있는 질환입니다. 더 이상 본인을 무능한 사람이라 비난하지 마시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엉킨 일상의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시길 바랍니다. 환자분께서 가진 본래의 능력을 온전히 발휘하며 활기찬 직장 생활을 이어가실 수 있도록 저 또한 정성을 다해 돕겠습니다. 시간 되실때 내원하셔서 현재의 뇌 기능 상태를 더 면밀히 진단받아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환자분의 앞날에 활력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