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달라진 성격과 집중력 저하, 혹시 ADHD일까요? (진주 30대 중반/여 ADHD)
안녕하세요. 저는 원래 성격이 아주 깔끔하고 집안일도 완벽하게 해내던 사람이었습니다.
계획 세우는 것을 좋아했고, 한 번 마음먹은 일은 곧장 해내는 추진력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연년생으로 아이들을 낳고 키우면서 제 모든 것이 무너진 기분입니다.
예전의 저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고, 집안은 항상 엉망진창이며 정리 정돈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육아가 힘들어서라고 생각하기에는 증상이 너무 심각합니다.
머릿속에는 한꺼번에 대여섯 가지 생각이 동시에 떠올라 어떤 것부터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습니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고, 설거지를 하다가도 다른 생각이 나면 멈추고 딴짓을 하곤 합니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이는데 정작 끝낸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가장 괴로운 것은 가족들과의 대화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남편이 부탁한 일이나 아이들의 중요한 일정들을 자꾸 잊어버리곤 해서 가족들에게 큰 실망을 주고 있습니다.
저 때문에 가족들이 고생하는 것 같아 자책감이 들고,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변한 것일까요.
한의원 치료로도 이런 산만함과 집중력 부족을 고칠 수 있을지 상담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한나입니다.
연년생 아이들을 돌보며 몸과 마음이 이미 한계에 다다르셨을 텐데, 예전 같지 않은 본인의 모습 때문에 자책까지 하고 계시니 그 마음이 얼마나 무거우실지 충분히 공감합니다. 원래 꼼꼼하고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시던 분이었기에 지금의 무기력함과 산만함이 더 크게 다가올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환자분의 의지가 약해졌거나 성격이 변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뇌 신경계가 보내는 간절한 구조 신호임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환자분께서 겪고 계신 증상들은 성인 ADHD의 전형적인 양상으로 보입니다. 흔히 ADHD라고 하면 어린아이들의 과잉 행동을 떠올리기 쉽지만, 성인 ADHD는 일의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하며 건망증이 심해지는 실행 기능의 저하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평소에는 높은 책임감과 노력으로 증상을 숨기고 지내다가, 출산과 육아처럼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는 환경적 변화를 겪으면서 뇌의 조절 능력이 한계에 부딪혀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이러한 상태의 원인은 뇌에서 계획을 세우고 집중력을 유지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약해졌기 때문입니다. 한의학적으로는 이를 심장과 비장의 기운이 급격히 소모된 심비양허 상태로 진단합니다. 연이은 출산과 육아는 산모의 기혈을 바닥나게 만드는데, 이로 인해 뇌로 공급되어야 할 맑은 기운이 부족해지면서 머릿속이 안개가 낀 듯 멍해지는 것입니다. 또한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간의 기운이 뭉치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뇌가 한시도 쉬지 못하는 과각성 상태가 유지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의학에서는 먼저 바닥난 기혈을 보충하고 뇌 신경계의 균형을 바로잡는 치료에 집중합니다. 맞춤 한약 처방은 부족한 진액을 채워 뇌 신경의 피로를 회복시키고, 항진된 교감신경을 안정시켜 머릿속을 맑게 정리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한약은 단순히 증상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 자생력을 높여 전두엽이 다시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기운이 차오르면 자연스럽게 일의 선후 관계를 판단하는 인지 능력이 회복되고, 한 가지 일에 몰입할 수 있는 끈기도 생겨나게 됩니다.
약물 치료와 함께 일상에서는 뇌의 부담을 줄여주는 환경 조성이 필요합니다. 모든 일을 머릿속으로만 기억하려 하지 말고 메모와 알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외부 기억 저장 장치를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완벽주의적인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오늘 하루 꼭 해야 할 일 한 가지만이라도 끝내는 작은 성공 경험을 쌓는 것이 자존감 회복에 큰 도움이 됩니다. 한방 치료를 통해 몸 내부의 에너지를 채워준다면, 예전처럼 활기차고 계획적으로 일상을 꾸려가던 본인의 모습을 반드시 되찾으실 수 있습니다.
지금은 스스로를 비난하기보다 아픈 몸과 마음을 먼저 돌보아야 할 시기입니다. 한의학적 치료는 환자분의 뇌와 몸이 다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가까운 뇌질환 전문 한의원을 방문하여 상세한 진단을 받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가족들과 다시 화목하게 소통하며 평온한 일상을 회복하실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