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모포트는 꼭 해야하나요? (부천 60대 중반/여 유방암)
어머니께서 곧 항암 치료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본격적인 치료 전에 가슴 쪽에 케모포트라는 것을 심는 시술부터 하자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몸에 기구를 심는다고 하니 겁도 나고 거부감도 있으십니다. 굳이 기구를 안 심고, 일반 링거처럼 그냥 매번 팔 혈관에 주사로 맞으면 안 되나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의사 박성준입니다.
항암제를 그냥 팔에 맞으실 경우 환자 분이 큰 고통을 겪게 되며, 케모포트는 그 고통과 위험에서 환자를 구출해 주는 가장 안전하고 든든한 동반자입니다. 왜 팔에 맞으면 안 되는지, 그리고 가슴 쪽은 왜 안전한지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머리카락이 빠지듯, 얇은 팔 혈관도 손상됩니다.
독한 항암제가 정상세포까지 자극해서 머리카락이 빠지는 경우를 잘 알고 있으실겁니다. 마찬가지로 항암제가 직접 지나가는 얇은 팔 혈관도 똑같이 손상을 입게 됩니다.
팔이나 손등에 있는 혈관은 피가 천천히 흐르는 좁은 냇가입니다. 이 좁은 혈관으로 독성이 강한 항암제가 들어가면, 약물이 핏줄 벽에 오래 머물면서 혈관을 붓게 하고 딱딱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나중엔 바늘 찌를 곳조차 찾기 힘들어지고, 약해진 핏줄이 터져 독한 약이 피부 밖으로 한 방울이라도 새어 나오면, 주변 살이 심하게 헐고 괴사하는 끔찍한 부작용이 생깁니다.
2. 케모포트 주변 피부에 손상이 없는 원리
팔 혈관이 망가진다면 가슴 쪽도 망가지는 거 아닐까 라는 걱정이 생기실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케모포트를 통해 약이 들어가면 가슴 주변 살이나 핏줄은 절대 망가지지 않습니다.
케모포트 본체는 겉보기엔 가슴 피부 아래에 있지만, 여기에 연결된 얇은 관은 심장 바로 위쪽에 있는 엄청나게 굵고 피가 콸콸 쏟아지는 중심 정맥(거대한 강물)에 깊숙이 꽂혀 있습니다.
약이 가슴에 머무는 것이 아닙니다. 독한 항암제가 기구를 통과해 이 거대한 혈류 속에 딱 떨어지는 순간, 강물에 잉크 한 방울이 떨어지듯 순식간에 희석되어서 온몸으로 빠르게 흩어집니다. 약이 한 곳에 머물면서 혈관 벽을 갉아먹거나 자극할 틈조차 주지 않는 것이죠. 그래서 가슴 주변 살이 헐거나 괴사할 일은 전혀 없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케모포트는 환자분이 매번 주삿바늘을 찌를 때마다 겪어야 하는 멍과 통증, 그리고 혈관이 터질까 봐 전전긍긍해야 하는 공포에서 완벽하게 해방시켜 줄 고마운 장치입니다. 시술 자체도 국소 마취로 금방 끝나는 비교적 간단한 과정입니다.
그러니 케모포트를 몸에 심는 무서운 이물질이라고 생각하시기보다는, 험난한 항암 치료라는 여정에서 환자분을 가장 안전하게 지켜줄 안전벨트를 채웠다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