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장애 치료 중 좋아졌다가 다시 심해지는 이유? (광주 소아/남 틱장애)
8살 초1 아들인데요, 작년부터 틱 의심 증상이 있어서 몇 달 지켜보다가 올해 초부터 소아정신과에서 진단받고 먹는 약 처방받아서 치료 중이에요.
약 복용 초반엔 거의 다 사라졌다 싶을 정도로 좋아졌거든요.
그래서 마음이 좀 놓였는데, 2~3달 지나니까 다시 약하게 눈을 깜빡이고 눈썹을 위로 치켜드는 동작이 조금씩 보이더라고요.
약을 먹고 있는데도 이러는 걸 보니 혹시 내성이 생긴 건가 싶기도 하고요.
그럼 약을 더 늘려야 하는 건지, 만약 또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계속 약을 늘려가야 하는 건지 걱정이 돼요.
이렇게 약 먹는 중에도 다시 심해지는 건 왜 그런 건가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기호필입니다.
좋아졌다 싶으니 다시 올라오는 모습 보시면, 어머님 마음이 더 무겁게 내려앉으시죠.
이게 내성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가닥이 안 잡히면 약을 늘려야 할지 말지도 막막해지고요.
소아정신과에서 처방하는 틱 약은 대부분 도파민 D2 수용체를 차단하는 계열입니다.
도파민이 운동 신호와 직접 연결된 신경전달물질이라, 그 신호 전달을 막아 틱 증상을 누르는 식이에요.
작용 자체는 강합니다.
그래서 처음 복용했을 때 어머님이 보신 것처럼 증상이 거의 사라진 것처럼 보일 만큼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죠.
이 부분은 도파민 억제제 약물의 분명한 강점이에요.
문제는 약물이 신호 전달만 막지, 틱이 생기는 신경회로 자체를 안정시키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쉽게 비유하면 새는 수도관에 테이프를 감아 임시로 막아둔 것과 비슷해요.
당장은 물이 안 새지만 수도관 자체는 그대로 약해져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테이프가 헐거워지거나 다른 자리에서 새기 시작하죠.
두뇌도 같은 흐름입니다.
약물로 도파민 신호를 막아두면 두뇌가 그 상태에 적응하면서 도파민 수용체 수를 늘리거나 다른 회로로 신호를 보내려 합니다. 그러면 같은 용량의 약으로는 처음만큼 신호를 막지 못하게 되고, 증상이 다시 올라올 수 있어요.
그래서 흔히 약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는데, 여기에 두 가지 한계가 있습니다.
하나, 도파민 억제는 운동 신호만 누르는 게 아니라 의욕·활력·집중력 같은 영역까지 함께 영향을 줍니다. 용량이 올라갈수록 이 부작용도 같이 커지죠.
둘, 회로 자체가 안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늘려도 같은 흐름을 반복할 수 있어요. 좋아졌다 → 적응 → 다시 올라옴 → 늘림 → 다시 좋아짐 → 또 적응. 이런 순환이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소아정신과 약물이 무용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틱이 일상생활을 어렵게 할 정도로 심해진 시기에는 빠르게 증상을 잡아주는 강점이 분명히 있고, 그 시기에 약물의 도움을 받는 건 합리적인 선택이에요.
틱 치료의 진짜 목표는 지금 보이는 증상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성장하면서 두뇌 신경계가 균형 있게 자리잡도록 돕는 것입니다.
8살은 두뇌 회로가 한창 형성되는 시기예요.
이 시기에 회로 자체의 안정성을 회복시켜 두면, 사춘기를 거쳐 성인이 됐을 때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자리잡습니다.
반대로 표면 억제만 반복하면서 회로 안정 기회를 놓치면, 성인 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어른이 된 다음엔 두뇌의 회복력 자체가 떨어져서 회복이 훨씬 더디고, 본인의 사회생활에도 영향이 큽니다.
그래서 8살 지금이 사실은 가장 좋은 회복 시기예요.
이런 관점에서 한방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어요.
한방치료는 도파민 억제제처럼 신호를 차단하는 방식이 아니라, 신경회로 자체의 안정성을 회복시키는 방향입니다.
과활성된 신경전달물질을 가라앉히고, 약해진 회로 기능을 끌어올려서 두뇌가 스스로 신호를 거를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작용이에요.
일상생활에 지장을 겪을 정도로 증상이 심한 경우엔 함께 병행하기도 해요.
양약으로 표면 증상을 잡아 일상을 안정시키면서, 한약으로 회로 자체의 안정성을 같이 회복시키는 쪽으로 치료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회로가 안정되는 만큼 약물 의존도도 점차 줄여갈 수 있고요.
진료실에서는 틱 양상, 동반 증상(불안·강박·소화·수면 등), 체질, 신경계 활성도, 환경 요인까지 종합적으로 살펴서 처방이 들어갑니다. 같은 8살 남아라도 회로의 어디가 약해져 있느냐에 따라 처방 구성이 달라지거든요.
지금 어머님이 마주하신 상황은 약물 치료의 자연스러운 한계지, 어머님이나 아이가 잘못한 게 아닙니다.
8살은 회로 회복에 가장 좋은 시기예요.
약물 의존도를 점차 낮춰가면서 회로를 함께 안정시키는 방향을 지금부터 만들어가시면, 성인 틱으로 넘어가지 않고 자연스럽게 졸업하는 길이 충분히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