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가 어떻게 우리몸에 작용을 하는건가요? (부천 50대 후반/여 암)
저희 가족이 항암치료를 시작하면서 우리 몸의 면역력과 약물의 관계에 대해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항암제는 결국 몸 밖에서 들어오는 외부 약물인데, 우리 몸의 방어망인 면역 세포가 항암제를 이물질로 인식해서 공격하거나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는 않는지 궁금합니다. 항암제는 어떻게 면역 세포의 방해를 뚫고 암세포에 무사히 도달해서 효과를 내는 건가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의사 박성준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우리 몸의 면역 세포는 외부에서 들어온 낯선 물질을 공격하려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항암제가 면역을 통과해 암세포를 타격할 수 있는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의학적 원리가 작용합니다.
1. 면역 세포의 인식 회피
우리 몸의 면역 세포들은 주로 크기가 크고 뚜렷한 구조를 가진 바이러스나 세균 등을 침입자로 인식하도록 훈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1세대 주사 항암제들은 크기가 아주 작고 단순한 화학물질 단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면역 세포가 이를 뚜렷한 침입자로 쉽게 인식하지 못하고 스쳐 지나가게 되어 약물이 혈관을 타고 무사히 이동할 수 있습니다.
2. 면역 세포 자체의 수치 감소
전통적인 항암제는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를 찾아내어 공격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몸의 면역 세포인 백혈구 역시 매일 새롭게 만들어지느라 분열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그래서 항암제가 투여되면 암세포뿐만 아니라 면역 세포도 융단폭격을 맞아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들게 됩니다. 즉, 약물을 공격하고 방해할 면역 인력 자체가 일시적으로 부족해지는 것인데, 항암치료 중 환자의 백혈구 수치가 떨어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3. 과민 반응을 막는 병원의 사전 처치
보호자 님의 우려대로 면역 세포가 항암제를 공격하는 일도 실제로 벌어집니다. 최근에 많이 쓰이는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는 크기가 큰 단백질 항체 구조로 되어 있어, 면역 세포가 이를 외부 침입자로 인식해 맹렬히 공격해 과민 반응, 알레르기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병원에서는 항암제를 투여하기 직전에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하는 약(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 등)을 미리 주사합니다. 면역 세포들을 일시적으로 잠재워 방어망을 느슨하게 만든 뒤, 안전하게 항암제를 투여하여 목표물까지 도달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항암제가 몸속에 들어가서 작용하는 과정은 이미 현대 의학을 통해 아주 정교하고 안전하게 통제되고 있습니다. 지금 환자 분의 몸 안에서는 암세포를 몰아내기 위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치료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니, 의료진을 믿어주시고 환자 분을 지지해주신다면 항암치료를 안전하게 마치실 수 있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