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잠궜는지 수십 번 확인하는데.. 강박증일까요? (신당동 30대 중반/남 강박증)
외출할 때마다 현관문이랑 가스 밸브를 잠갔는지 너무 불안해요. 분명히 확인하고 나왔는데 엘리베이터 안에서 또 생각이 나서 돌아가고, 그렇게 대여섯 번을 반복하다 보면 출근 시간이 빠듯해지고 지각도 계속 하게 되구요.
급기야 문고리를 잡아당기는 사진까지 찍어두기 시작했는데, 사진을 봐도 불안이 가라앉지 않더라고요. 제가 저를 못 믿는 건지, 아니면 강박증인 건지? 치료해야겠죠?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서현욱입니다.
강박증 증상과 치료에 대해 문의 주셨네요.
확인했음을 알면서도 반복적으로 돌아가 확인하고, 사진까지 찍어두어도 불안이 가라앉지 않는 것은 강박증(OCD)의 전형적인 양상과 닮아 있습니다. 강박장애는 원하지 않는 침습적인 생각이나 충동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고, 그로 인한 불안을 줄이기 위해 특정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질환입니다. 문제는, 확인 행동이 불안을 일시적으로 줄여주지만, 결국 더 많은 확인을 요구하는 악순환을 만든다는 점입니다. 사진을 찍어도 불안이 가라앉지 않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강박장애는 의지나 스스로에 대한 신뢰의 문제가 아닙니다. 뇌에서 위험 신호를 처리하는 방식에 문제가 생겨, 이미 안전하다는 정보가 있어도 위험 신호가 계속 울리는 상태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스스로를 탓하시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고 있다면 치료를 시작하시는 것이 맞습니다. 강박장애 치료는 크게 서양의학적 약물 치료, 한의학적 치료, 심리 치료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강박증에 대한 심리 치료에서는 노출 및 반응 방지법(ERP)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불안을 유발하는 상황에 노출되면서 확인 행동을 하지 않는 훈련을 반복해, 확인 없이도 불안이 자연스럽게 가라앉는다는 것을 뇌가 학습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처음에는 매우 힘들지만, 꾸준히 훈련하면 확인 충동 자체가 점점 약해집니다. 이 외에도 최근에는 명상을 활용한 심리치료 기법들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서양의학에서의 약물 치료는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계열 약물이 주로 사용됩니다. 뇌의 신경전달물질에 개입하여 강박적인 사고와 행동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강박장애를 심(心)이 불안정하고 간(肝)의 기운이 울체된 상태에서 특정 생각과 행동이 반복되는 것으로 봅니다. 심은 정신 활동과 감정을 주관하는 장부로, 심의 기능이 흔들리면 불안이 쉽게 올라오고 한번 시작된 생각이 멈추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간은 기운의 흐름을 원활하게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데, 간의 기운이 울체되면 억눌린 긴장과 불안이 강박적인 사고와 행동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담(膽)의 기능이 약해지면 사소한 자극에도 쉽게 놀라고 결단력이 떨어지면서 확인 행동이 강화되는 양상도 나타납니다.
치료는 타고난 기질(체질)과 증상 패턴, 신체 상태, 정서적 특성, 생활습관,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유형을 살피고 환자 개인에 대한 파악을 한 뒤 진행합니다. 한약 처방은 심을 안정시키고 간의 울체된 기운을 풀어주는 방향이 많으며, 인체 내의 불균형 상태를 개선하여 안정된 상태로 유도합니다. 침뜸 치료와 약침, 추나요법 등을 병행해 과민해진 신경계 반응을 직접적으로 완화합니다. 명상과 기공, 이완요법, 호흡법, 한의학적 정신요법 등을 통해 강박적인 사고가 올라올 때 스스로 대처하는 힘을 기르는 것도 치료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강박장애는 방치할수록 확인 행동의 범위가 넓어지고 일상이 점점 좁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급적 빠르게 치료를 시작하시는 것이 맞습니다. 가까운 곳에 한방신경정신과 진료가 가능한 한의원이 있다면 방문하셔서 진찰과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고드립니다. 빠르게 회복되시길 진심으로 기원드립니다. 답변이 도움되었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