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맴도네요.. 성적 강박 사고일까요? (합정역 30대 초반/여 강박증)
평소에 스스로 도덕적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갑자기 부적절한 성적인 장면들이 머릿속에 강제로 떠오를 때가 있어요. 제가 원해서 떠올리는 게 아닌데 자꾸 생각이 나니까 너무 괴롭고 수치스러워요.
특히 종교적인 자리나 어른들 앞에서 이런 생각이 들면 제가 정말 나쁜 사람인 것 같아서 자기혐오가 심해지고요. 생각을 안 하려고 할수록 오히려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게 너무 힘듭니다. 혹시 제가 성도착증인 건지, 아니면 강박 사고인지 모르겠어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서현욱입니다.
성적인 생각들이 떠오르는 현상에 대해서 문의를 주신 것 같습니다.
우선, 성도착증의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성도착증은 비정상적인 성적 대상에 지속적으로 끌리고 그것을 즐기는 상태입니다. 반면, 말씀하신 증상은 원하지 않는데 생각이 강제로 떠오르고, 그 생각 때문에 극심한 수치심과 자기혐오를 느끼는 것이죠. 이 두 가지는 전혀 다릅니다. 오히려 그 생각이 떠오를 때 괴롭고 수치스럽다는 것은, 그 생각이 본인의 의지나 가치관과 배치됨으로써 성도착증으로 보기 어려운 근거가 됩니다.
적어주신 증상들은 강박장애(OCD)의 한 유형인 성적 강박 사고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강박장애에서는 자신이 가장 혐오하는 것,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침습적 사고의 형태로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덕적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분일수록 부적절한 성적 사고가 강박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생각을 안 하려고 할수록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 또한 전형적인 강박 사고의 특성입니다. 억제하려는 시도 자체가 오히려 그 생각에 더 많은 주의를 집중시키기 때문입니다.
치료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심리 치료에서는 노출 및 반응 방지법(ERP)과 수용전념치료(ACT) 등의 인지행동치료들이 강박 사고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생각이 떠올랐을 때 그것을 억제하거나 중화하려는 시도를 멈추고, 생각이 그냥 지나가도록 두는 훈련을 반복합니다. 생각 자체가 위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뇌가 학습하면서 침습적 사고의 빈도와 강도가 점점 줄어듭니다.
서양의학에서의 약물 치료는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계열 약물이 주로 사용되며, 강박적인 사고의 빈도와 강도를 낮추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상태에 대하여 여러 관점으로 보았는데, 그 중 대표적인 시각은 심(心)이 불안정하고 간(肝)의 기운이 울체된 상태에서 억눌린 긴장이 침습적 사고의 형태로 표출되는 것으로 보는 관점입니다. 심의 기능이 흔들리면 한번 시작된 생각이 멈추지 않고, 수치심과 자기혐오 같은 강렬한 감정 반응이 동반됩니다. 간의 기운이 울체되면 생각과 감정의 흐름이 막히면서 특정 사고가 반복적으로 순환하는 양상이 강화됩니다. 환자 개개인이 가진 특성과 체질, 증상 패턴과 양상, 수면/위장 등 몸 상태, 정서적 특성, 환경, 생활습관, 스트레스 요인, 과거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파악한 뒤 그에 적합한 한약 처방을 통해 심을 안정시키고 간의 울체된 기운을 풀어주어 오장육부 간의 균형을 회복해 안정될 수 있도록 합니다. 침뜸 치료와 약침, 추나요법 등을 병행해 과민해진 신경계 반응을 완화하고, 이완요법과 한의학적 정신요법, 명상과 기공 등을 꾸준히 병행 훈련하여 침습적 사고가 올라올 때 스스로 흘려보내는 힘을 기르도록 합니다.
혼자 감당하기 너무 힘드셨을 겁니다. 강박증은 치료를 통해 나아질 수 있습니다. 가까운 곳에 소재한 한방신경정신과 진료가 가능한 한의원을 방문하셔서 진찰과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고드려봅니다.
빠르게 회복되고 안정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드립니다. 답변이 도움되었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