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하면 배가 아파요. 과민성대장증후군같은데 맞나요? (창원 10대 후반/여 과민성대장증후군)
저는 중요한 시험 기간이나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 상황만 오면 뱃속이 요동치는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상 때문에 미칠 듯이 괴롭습니다.
평소 마음이 편할 때는 괜찮다가도 내일 당장 중요한 발표가 있거나 긴장되는 자리에 가야 할 때면 어김없이 아랫배가 살살 아파오고 가스가 차서 배가 터질 것 같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화장실을 들락날락해야 하니 외출하는 것 자체가 공포로 다가옵니다.
가장 힘든 것은 조용한 시험장이나 독서실에서 배가 꼬르륵거리거나 부글거리는 소리가 크게 날 때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들을까 봐 온 신경이 배로 쏠리다 보니 정작 시험에는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결과도 번번이 망치게 됩니다.
배를 쥐어짜는 듯한 복통과 갑작스러운 설사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억울하고 이 지긋지긋한 장 트러블에서 제발 벗어나고 싶습니다.
장에 좋다는 유산균을 먹어봐도 효과가 없는데 한의원 치료받으면 좀 고칠 수 있을지 간절히 여쭤봅니다.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한나입니다.
가장 집중력을 발휘해야 할 중요한 순간마다 요동치는 뱃속 사정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얼마나 속상하고 애가 타셨을지 깊이 공감합니다. 조용한 공간에서 들려오는 장 소리에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느라 식은땀을 흘리셨을 그 곤혹스러운 상황들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고통입니다. 긴장과 불안이라는 감정이 위장관의 심각한 불편함으로 직결되어 환자분의 삶의 질을 뚝 떨어뜨리고 있으니 그간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크셨을지 충분히 짐작이 갑니다. 이는 결코 성격이 예민하거나 꾀병이 아니며 우리 몸의 뇌와 장이 주고받는 신호 체계에 엇박자가 난 것이니 스스로를 탓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환자분께서 호소하시는 증상은 전형적인 신경성 혹은 스트레스성 과민성대장증후군입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대장 내시경 등 여러 검사를 해보아도 장 조직 자체에는 염증이나 궤양 같은 뚜렷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지만 복통, 복부 팽만감, 설사나 변비 같은 배변 장애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우리 몸의 장에는 뇌 다음으로 많은 신경 세포가 분포되어 있어 두 번째 뇌라고 불릴 만큼 스트레스와 감정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극도의 긴장이나 불안감이 뇌를 자극하면 그 스트레스 신호가 장 신경계로 즉각 전달되어 장의 연동 운동을 비정상적으로 항진시키거나 수축시킵니다. 그래서 환자분처럼 시험을 보거나 긴장되는 상황에 처하면 장이 요동을 치고 가스가 차며 급박한 변의를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원인을 주로 간의 기운이 뭉쳐 장을 압박하는 간기승비나 스트레스로 인해 심장과 비장의 기운이 약해진 심비양허 상태로 진단합니다. 간은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전신의 기운을 소통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이 간의 기운이 억눌리면 바로 옆에 위치한 소화 기관인 비위와 장을 강하게 찌르듯 자극하게 됩니다. 억눌린 울화가 엉뚱하게 장에서 폭발하는 셈입니다. 또한 긴장을 주관하는 심장과 소화를 돕는 비장의 기운이 선천적으로 약한 분들은 작은 외부 자극에도 신경계가 쉽게 놀라 위장관의 피가 말라붙고 경련을 일으키게 됩니다. 결국 마음의 긴장이 장의 꼬임으로 고스란히 전달되는 상태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방 치료는 단순히 설사를 멎게 하거나 진통제로 장을 마비시키는 것이 아니라 뇌와 장의 신경망을 부드럽게 안정시키는 데 집중합니다. 환자분의 체질에 맞춰 처방되는 한약은 가슴속에 뭉친 간의 화기를 시원하게 풀어주어 장으로 가해지는 압박을 해소해 줍니다. 또한 심장의 기운을 단단하게 하여 긴장되는 상황에서도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주는 안신 작용을 돕습니다. 한약은 비정상적으로 예민해진 장 점막의 긴장을 풀고 소화기 전체의 기운을 보강하여 외부 스트레스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장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기운이 소통되고 장이 안정을 찾으면 극심한 긴장 상황에서도 복통이나 가스 차는 증상이 현저히 줄어들어 본래의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실 수 있습니다.
약물 치료와 함께 복부의 주요 혈 자리에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는 뜸 치료와 침 치료를 병행하면 경직된 장 근육을 이완시키고 뇌로 가는 혈류를 안정화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생활 속에서는 맵고 기름진 자극적인 음식이나 커피처럼 장 신경을 자극하는 카페인 섭취를 반드시 줄이셔야 합니다. 평소에 아랫배를 따뜻하게 찜질해 주시고 긴장될 때마다 천천히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복식 호흡을 하시면 교감신경의 흥분을 가라앉혀 장을 진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를 다스리고 장의 자생력을 키워주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질환입니다. 전문가의 세밀한 진단을 통해 몸과 마음이 모두 편안해지는 근본적인 치료를 시작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환자분께서 긴장 없는 편안한 일상을 되찾으실 수 있도록 저 또한 정성을 다해 돕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