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성인 ADHD 같은데, 어떻게 얘기해줘야 할까요? (노원구 20대 후반/남 성인ADHD)
같은 동네, 초중고를 같이 다닌 친구가 있어요. 너무 친하긴 하지만 유독 사람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공감 능력이 떨어져서 답답할 때가 많았어요. 뭐에 집중을 못하고 어수선하면서 실수를 자주하는데요. 또 학교 성적이 나빴냐? 물론 탑급은 아니지만, 인서울 대학은 갔어요. 처음에는 취업도 곧잘 했는데, 몇 달 다니다가 자의반 타의반 퇴사하길 2~3번 반복하더니 지금은 구직중이라면서 알바 자리를 전전하고 있어요. 친구 스스로도 자세히 말은 안하지만, 마음 고생이 있어보이드라고요. 아무래도 성인 ADHD같은데 치료 받아보라고 얘기해주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헌입니다.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소중한 친구가 사회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많이 무거우셨을 것 같습니다. 질문해주신 내용에 따르면, 친구분의 모습은 성인 ADHD의 전형적인 증상뿐만 아니라, 아스퍼거 증후군(고기능 자폐스펙트럼장애)의 특징도 일부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친구가 상처받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길 바라시는 마음이신데요.
ADHD든 아스퍼거증후군이든 지능이 높다면, 학창 시절에는 자신의 능력으로 어느 정도 버티며 적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도의 '사무처리 능력'(업무 체계화, 우선순위 선정, 행동 전 판단)이 요구되는 성인기에 접어들면 뇌의 조절 기능이 한계에 부딪혀 증상이 뚜렷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먼저 ADHD는 집중하지 못하고 어수선하며 실수가 잦은 것은 뇌의 '브레이크(억제 시스템)' 기능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뇌의 엔진은 고성능이지만 이를 제어할 힘이 부족해 중요한 정보를 놓치고 직장 생활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반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유독 사람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부분은 아스퍼거 증후군의 핵심 특징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언어장애는 없지만 농담, 비유, 은유 등을 이해하는 '화용언어' 능력이 부족하며, 상대방의 얼굴 표정이나 몸짓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친구에게 말을 꺼낼 때는 '의지 부족'이 아닌 '생물학적 원인'임을 강조하여 자책감을 덜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너는 머리도 좋고 능력도 있는데, 마치 고성능 엔진을 가진 차에 브레이크가 조금 약한 상태인 것 같아"라고 비유해 보세요. 그동안 잦은 퇴사와 실수로 인해 친구 스스로 "나는 무엇을 해도 실패한다"는 부정적인 자아상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동안 이런 어려움을 혼자 견디느라 정말 힘들었겠다"라고 먼저 다독여주세요.
치료는 '치료'가 아니라 '증상 조절과 기능 유지'를 통해 네가 가진 능력을 온전히 발휘하기 위한 과정임을 설명해 주시고 객관적인 진료와 검사를 받아보자고 제안해 보세요. 친구가 치료에 대해 거부감을 느낀다면 다양한 선택지가 있음을 알려주세요. 우선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약물 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진행합니다. 혹시 정신과 방문이 주저되거나 약물 부작용이 걱정된다면 한의원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장부기혈(臟腑氣血)의 균형을 맞추고 뇌 스스로 조절력을 회복하도록 돕는 치료를 진행합니다.
결론적으로, 친구의 문제는 본인의 나태함 때문이 아니라 뇌의 생물학적 특성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친구가 스스로를 다그치기보다 정확한 진단을 통해 변화의 첫걸음을 뗄 수 있도록 옆에서 따뜻하게 조언해 주시길 권장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