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만지면 꼭 나만의 규칙대로 만져야 해요. 강박증인가요? (김포 20대 중반/여 강박증)
길을 가다 전신주를 보면 꼭 세 번을 두드려야 합니다.
만약 실수로 두 번만 치면 가족에게 불행한 사고가 생길 것 같아 숨이 막히고,
다시 돌아가서 세 번을 채워야만 안심이 돼요.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흰 선만 밟아야 하고, 옷을 입을 때도 왼쪽부터 입어야 해요.
제 행동이 말도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불길한 예감 때문에 멈출 수가 없습니다.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권도형입니다.
자신만의 규칙을 지키지 않았을 때 밀려오는
그 막연하고도 강렬한 불행에 대한 공포 때문에 일상이 참 고단하시겠군요.
질문하신 증상은 강박증의 한 형태인 '미신적 강박(Superstitious OCD)' 혹은 '
마술적 사고(Magical Thinking)'입니다.
자신의 특정 행동이 실제로는 아무 인과관계가 없는
외부 사건(가족의 사고 등)을 막아줄 것이라고 믿고,
그 행동을 반복하며 불안을 다스리려 하는 상태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심기허겁(心氣虛怯)'과 '담연(痰涎)'의 관점에서 봅니다.
마음의 중심인 심장의 기운이 허약해져 외부 세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커지면,
우리 뇌는 가짜 규칙(강박)을 만들어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방어 기제를 작동시킵니다.
비유하자면, 폭풍우(불안)가 몰아치는 바다에서 아무 효력 없는
부적(강박 행동)이라도 쥐고 있어야 배가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 믿고 매달리는 것과 같습니다.
한방 치료의 접근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미온담탕(加味溫膽湯) 계열 처방으로 겁이 많고 예민해진 담력을 키워주고,
심장의 기운을 소통시켜 "규칙을 어겨도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심리적 저항력을 높여줍니다.
거담정경(祛痰定驚)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탁한 기운을 제거하여 이성적인 판단력을 회복하고,
갑자기 찾아오는 공포심(놀람)을 진정시킵니다.
자율신경 훈련을 통해 강박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 느껴지는
신체적 압박감(숨막힘 등)을 이완 요법을 통해 완화하도록 돕습니다.
일상에서는 규칙을 어겼을 때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는 '직면 연습'이 필요합니다.
일부러 전신주를 두드리지 않고 지나가 본 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을 5분, 10분씩 늘려가 보세요.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불안의 부적이 아닌 '마음의 실력'을 키우시길 권합니다.
답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일상은 두려움이 만든 규칙이 아니라,
당신이 선택한 자유로운 행동들로 채워져야 합니다.
다시 가벼운 발걸음으로 세상을 활보하실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당신의 자유로운 삶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