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열이 오르고 짜증이 나는 것도 자율신경문제일 수 있나요? (광진구 30대 초반/남 자율신경실조증)
별 일이 아닌데도 쉽게 짜증이 나고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도 자율신경 문제일 수 있나요?
아무리 생각해도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느껴지진 않는데, 그렇다고 마음이 안정이 되진 않아서 헷갈립니다.
몇 달전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열감이 확 올라오는 경우가 있는데, 심할 때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머리도 아픕니다.
몸이 아프니 짜증이 나는 건지 제 성격이 이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주변 사람들한테 미안할 정도로 예민해진 것 같습니다.
건강 기사를 보다보니 자율신경실조증 증상이랑 유사한 것 같은데, 정신적 문제하고 겹치기도 하나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석선희입니다.
최근 특별한 심리적 계기가 없는데도 사소한 일에 쉽게 짜증이 나고 머리가 복잡해지며,
가슴 답답함과 열감, 두근거림 및 두통까지 동반되어 무척 당황스럽고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스스로 성격이 변한 것은 아닌지 염려하시고 주변 분들에게 미안함을 느끼실 만큼
정신적, 신체적 과각성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마음이 무거우시리라 생각합니다.
질문하신 내용을 볼 때 수개월 전부터 뚜렷한 심리적 유인 없이 가슴 답답함, 안면 상열감(열이 위로 오르는 증상),
심계항진(가슴 두근거림) 및 긴장성 두통을 겪고 계십니다.
이와 함께 정서적으로 과민증(예민함)과 간헐적인 짜증, 지속적인 반추(머릿속 생각이 복잡함) 증상이 동반되는 상태입니다.
이는 추측하신 대로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자율신경계의 기능적 불균형인 자율신경실조증의 가능성을 시사하며,
인체적 스트레스 반응이 신체 증상과 정서적 예민함으로 동시에 발현되는 가벼운 불안장애나 신체증상장애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율신경계의 문제와 정신적인 문제는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오히려 하나의 축으로 긴밀하게 얽혀 있습니다.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시소처럼 균형을 이루며 심장 박동, 호흡, 체온 등을 조절합니다.
지속적인 피로나 미처 인지하지 못한 만성 스트레스로 인해 이 균형이 깨지면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흥분하게 됩니다.
교감신경의 과각성은 심장을 빨리 뛰게 하고 혈관을 수축시켜 가슴 답답함, 두근거림, 두통과 함께
체온 조절 실패로 인한 갑작스러운 열감을 만들어냅니다.
뇌과학적으로는 뇌의 감정 조절 중추인 편도체와 자율신경을 관장하는 시상하부가 신경망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신체적 자율신경 반응이 뇌를 자극하면 특별한 심리적 이유가 없더라도
뇌는 현재 몸이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하여 쉽게 짜증이 나고 예민해지는 정서적 과민 상태를 유발하게 됩니다.
즉, 몸이 아프고 지쳐서 정신적으로도 예민해지는 현상은 의학적으로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과관계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이처럼 마음의 병이 몸으로 가고, 몸의 불균형이 다시 정서를 자극하는 심신일여의 관점을 바탕으로
환자분의 증상을 '간기울결'과 '수승화강'의 부조화로 파악합니다.
우리 몸에서 스트레스와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핵심 장기 중 하나가 '간'인데,
스트레스나 피로가 누적되면 기운이 순조롭게 소통되지 못하고 한곳에 뭉치는 간기울결 상태가 됩니다.
기운이 막히면 울체된 곳에서 비정상적인 화(火) 기운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화기운은 성질상 위로 치받쳐 오르는 특성이 있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고 얼굴과 머리로 열감을 확 올리며,
심장을 자극해 두근거리게 하고 머리를 아프게 만듭니다.
인체는 찬 기운은 위로 올라가고 따뜻한 기운은 아래로 내려가는 수승화강이 이루어져야 상체가 시원하고 머리가 맑은데,
이 균형이 깨지면서 뇌와 심장이 과열되는 것입니다.
뇌가 과열되니 특별한 심리적 문제가 없어도 머릿속이 번잡하고 사소한 자극에도
쉽게 짜증이 나는 영민하고 날카로운 상태가 유지되는 것입니다.
한방신경정신과에서의 치료는 단순히 짜증을 억누르거나 인위적으로 신경을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기운을 소통시키고 상부로 몰린 화기를 아래로 내려 자율신경계의 자생적인 조절 능력을 회복시키는 데 집중합니다.
환자분의 체질과 정서 상태를 정밀하게 진단하여 간기의 울결을 풀어주는 시호나 치자, 향부자 등의 약재와,
심장의 열을 내리고 정신을 안정시키는 산조인, 복령 등의 약재를 맞춤 처방합니다.
한약 치료는 교감신경의 흥분을 완화해 두근거림과 열감을 직접적으로 줄여주고, 저하된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몸을 이완 상태로 유도합니다.
이와 더불어 기혈 순환을 바로잡는 침 치료와 약침 치료를 병행하면 가슴의 압박감과 두통이 빠르게 경감됩니다.
이러한 신체적인 편안함은 뇌의 과각성을 잠재우는 강력한 신호가 되므로,
억지로 참으려 하지 않아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주변 자극에 대범해지는 변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환자분께서 느끼시는 예민함은 성격의 결함이 아니라 몸의 자율신경계가 보내는 지친 상태의 신호입니다.
이러한 상태를 방치하면 만성 피로나 본격적인 불안장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스스로를 자책하기보다는 몸의 균형을 바로잡아주는 치료가 필요한 때입니다.
증상이 더 고착화되어 일상과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커지기 전에, 늦지 않게 자율신경실조증 치료 한의원을 방문하셔서
현재 상태를 체크받아보시고 필요한 치료계획을 세워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