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를 시작하고 살이 찌는데 괜찮은건가요? (경기 시흥 60대 후반/남 암)
항암치료를 하면 다들 밥도 못 먹고 뼈만 남을 정도로 살이 쏙 빠진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저희 아버지는 오히려 치료 시작 후부터 살도 찌고 몸이 붓는 것 같아서 너무 의문스럽습니다.
남들처럼 살이 빠지거나 힘들어하시는 게 없으니, 혹시 항암제가 몸에서 제대로 작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게다가 잘 먹고 찌는 정상적인 살이 아니라 뭔가 약 때문에 억지로 붓는 것 같은데, 이대로 둬도 건강에 무리가 없는 건가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의사 박성준입니다.
항암제가 안 먹히는건지 의심이 되시겠지만, 항암치료 중의 체중 증가는 약효가 없다는 뜻은 아니며, 무사히 치료를 마치기 위해 우리 몸이 겪는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약물 반응입니다. 보호자님 말씀대로 정상적인 살은 아니지만, 의료진이 경과를 보며 관리하는 명확한 이유가 있습니다.
1. 체중 증가와 약의 효과는 무관합니다
지금 늘어난 체중은 항암제의 치료 효과와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독한 항암제가 들어올 때 환자가 심한 구토나 치명적인 알레르기 쇼크를 겪지 않도록 스테로이드라는 보조 약물을 필수적으로 함께 투여합니다. 이 보조 약물의 대표적인 부작용이 바로 식욕을 증가시키고 몸에 수분을 꽉 가두어 붓게 만드는 것입니다.
2. 억지로 찐 살인데 왜 괜찮을까요?
보호자님이 보신 것처럼 이건 건강한 지방이나 근육이 늘어난 상태가 아닙니다. 하지만 의사들은 이런 부작용을 치료지속 가능성과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암 환자에게 가장 무서운 상황은 밥을 못 먹어 체력이 바닥나고 뼈만 남게 되는 영양실조(악액질) 상태입니다. 체력이 고갈되면 항암치료 자체를 강제로 중단해야 합니다. 따라서 약물 부작용으로 몸이 붓고 억지로 살이 찌더라도, 환자가 식사를 유지하고 고된 치료를 끝까지 완주할 체력을 비축하는 것이 생명을 지키는 데 훨씬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3. 단, 이런 응급 신호는 주의 깊게 관찰해 주세요
정상적인 살이 아니기 때문에 정도가 심하면 병원에서도 조치를 취합니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면 단순한 붓기를 넘어선 것이니 주치의에게 알려야 합니다.
- 급격한 체중 증가 : 며칠 만에 갑자기 2~3kg 이상 훅 늘어날 때
- 호흡 곤란 : 누워있을 때 숨이 차거나 가슴이 답답할 때 (폐에 수분이 찼을 가능성)
- 심한 부종 : 정강이나 발등을 손가락으로 꾹 눌렀을 때, 살이 원래대로 빠르게 올라오지 않고 쑥 패인 채로 머물 때
지금 환자분의 체중이 늘어난 것은 항암치료가 실패했다는 뜻이 아니라, 독한 치료를 무사히 견뎌내기 위해 몸이 필요한 에너지를 잘 비축하고 있다는 아주 다행스러운 신호입니다. 부어있는 모습이 조금 안쓰럽게 느껴지실 수 있지만, 모든 치료가 무사히 끝나고 약을 끊게 되면 몸은 원래의 기능을 회복하며 자연스럽게 붓기를 빼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