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다리에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아 잠을 설쳐요. (강남 40대 초반/여 하지불안증후군)
밤에 잠자리에만 들면 다리가 저리고 근질거려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마치 종아리 안쪽으로 벌레가 기어 다니는 불쾌한 기분이 들어 자꾸 다리를 움직이게 되고,
그러다 보니 깊은 잠을 자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납니다.
낮에는 괜찮다가 밤만 되면 심해지니 미칠 노릇인데,
도대체 왜 이런 증상이 생기는 걸까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유종호입니다.
밤마다 찾아오는 정체 모를 불쾌감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외로우셨을지 짐작이 되어 마음이 무겁습니다.
남들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그 '근질거림'과 '표현하기 힘든 불편함'은
단순한 피로를 넘어 일상의 활력을 앗아가는 무거운 짐이지요.
특히 남들 다 편안히 쉬는 밤 시간에 홀로 다리를 두드리고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몸의 고통만큼이나
심리적인 허탈함도 크셨을 것입니다. 고생 많으셨다는
위로의 말씀을 먼저 전하며, 지금 겪고 계신 증상은
분명한 원인이 있는 질환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하지불안증후군을 주로 '혈소(血少)'와
'간풍내동(肝風內動)'의 관점에서 풀이합니다.
우리 몸에서 근육의 이완과 수축을 부드럽게 조절하고
영양을 공급하는 것은 '간(肝)'과 '혈(血)'의 역할입니다.
이를 비유하자면, 다리라는 기계 장치가 부드럽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충분한 '윤활유'가 필요한데,
이 윤활유가 부족해지면서 마찰이 생기고 열이 발생하는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밤이 되면 우리 몸의 양기가 안으로 숨고 혈액이
간으로 모여야 하는데, 공급할 혈액이 부족하거나
순환이 정체되면 다리 말단까지 영양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 뇌가 다리에 '이상 신호'를 보내게 되는 것입니다.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근질거림이나 쑤시는 느낌은
마치 메마른 논바닥이 갈라지듯, 근육과 신경이
충분히 적셔지지 못해 발생하는 일종의 비명과 같습니다.
또한, 스트레스나 과로로 인해 간의 기운이 뭉치게 되면
몸 안에서 비정상적인 바람(풍)이 이는 것처럼 감각이 예민해지기도 합니다. 서
양의학적으로는 도파민 시스템의 불균형이나
철분 부족을 원인으로 꼽기도 하는데, 한의학적인
관점에서의 혈 허약과 기혈 순환 정체는 이러한
신경전달물질의 대사 저하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치료의 방향은 단순히 감각을 무디게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부족해진 혈액을 보충하고 말초까지 기운이
잘 통하도록 돕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한방신경정신과에서는
개인의 체질과 증상에 맞춰 간의 기운을 소통시키고
부족한 진액을 채워주는 한약 처방을 기본으로 합니다.
이와 함께 다리 주변의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키고
신경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침 치료, 약침 치료 등을
병행하면 감각의 예민도를 낮추는 데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기혈의 흐름을 바로잡는 추나 요법이나
이완 훈련 등은 밤 시간의 불쾌감을 줄여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큰 힘이 됩니다.
더불어 생활 속에서 몇 가지 수칙을 지켜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잠들기 전 카페인 섭취를 엄격히 제한하고,
과도한 음주나 흡연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다리를 가볍게 스트레칭하거나 따뜻한 물로 족욕을 하여
하체의 혈액 순환을 돕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지속되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본인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받고
그에 맞는 체계적인 관리를 시작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오늘 밤은 어제보다 조금 더 편안하게 발을 뻗고 주무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몸과 마음의 균형을 되찾아 활기찬 아침을 맞이하실 날을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답변이 질문자님께 작게나마 위로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