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남의 아이처럼 느껴지고 정이 안가는데 산후우울증인가요? (오목교역 30대 초반/여 산후우울증)
첫 아이를 낳고 조리원을 나와 이제 집에서 2주째입니다.
다들 아이가 예뻐서 어쩔 줄 모른다는데, 저는 아이가 울면 짜증부터 나고 안아줘도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아요.
마치 남의 아이를 대신 돌봐주고 있는 기분이 들어 제가 비정상인가 싶어 괴롭습니다.
이런 무감각한 증상도 한방으로 고쳐질 수 있을까요?
의사 답변 (1)
답변완료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홍순상입니다.
아이를 보며 행복해야 한다는 세상의 기대와
그렇지 못한 현실 사이에서 질문자님이 느끼실 죄책감과 당혹감이 얼마나 깊을지 마음이 아픕니다.
"내가 나쁜 엄마일까?"라는 생각에 밤잠 설쳐가며 스스로를 비난하셨겠지만,
결코 질문자님이 차가운 사람이라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지금은 마음의 밭이 너무 가물어서 꽃을 피울 수 있는
습기조차 남아있지 않은 상태일 뿐이니, 부디 자신을 미워하지 마세요.
한의학에서는 이를 '혈불양심(血不養心)'의 관점에서 봅니다.
출산 시 과도한 출혈과 기력 소모로 인해 심장을 영양해야 할
'혈(血)'이 부족해지면, 정서적인 반응을 담당하는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비유하자면 메마른 강바닥에 물이 흐르지 않아
물고기가 살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마음의 감각이 무뎌진 것은 질문자님의 인성이 아닌,
생존을 위해 에너지를 최소화하려는 우리 몸의 비상 조치인 셈입니다.
사랑을 느끼는 것도 결국 '에너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부족해진 혈을 보충하고 심장의 기운을 살려주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메마른 땅에 단비를 내려주듯 한방 치료를 통해
기혈의 영양 공급이 원활해지면, 굳어있던 마음의 근육이 유연해지면서
아이를 향한 본연의 사랑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게 됩니다.
지금 당장 사랑이 샘솟지 않는다고 억지로 노력하기보다는,
질문자님의 몸을 먼저 따뜻하게 돌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혼자 고민하기보다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보시라고 권해드립니다.
답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은 의무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에서 나옵니다. 조급해하지 마세요.
질문자님의 마음속에 다시 따뜻한 감정이 흐를 날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