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아이가 등교를 거부하고 자꾸 배아프다고 하는데 소아우울증인가요? (안양 소아/여 소아우울증)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된 딸아이가 얼마 전부터 학교에 가기 싫다며 아침마다 울고 떼를 씁니다.
최근에는 밤에 잠도 잘 못 자고 툭하면 배나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는데, 병원 검사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혹시 어린아이에게도 우울증이 찾아온 것인지 걱정스럽고 마음이 무너집니다.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강수빈입니다.
천사같이 맑고 밝게만 자라야 할 어린 자녀가 아침마다 등교를 거부하며 울먹이고,
원인 모를 신체 통증까지 호소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부모님의 마음이 얼마나
타들어 가고 막막하셨을지 감히 헤아리기조차 어렵습니다. 대신 아파줄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아이의 눈물을 마주할 때마다 부모로서 내가 무언가 잘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자책감과 두려움으로 홀로 밤잠을 설치셨을
그 깊은 고통에 마음 깊이 공감하며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건넵니다.
소아기의 우울증은 성인처럼 "우울하다"거나 "슬프다"는 감정을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신 등교 거부나 원인 모를 복통, 두통 같은 신체적 증상이나 짜증으로 자신의 마음 고통을 가장하여
나타나기 때문에 부모님께서 이를 알아차리기가 무척이나 까다롭고 조심스럽습니다.
이는 아이의 의지가 약해서도, 부모님의 양육이 부족해서도 아니며, 아이의 여린 마음과
몸이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에 직면해 보내는 간절한 신호일 뿐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이처럼 어린 자녀들이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안해하며 몸의 통증을 호소하는
상태를 '심담구겁(心膽俱怯)' 혹은 '기혈허(氣血虛)'라는 관점으로 깊이 있게 살피고 있습니다.
우리 몸의 심장과 담낭은 정신적인 자극을 수용하고 이를 유연하게 이겨내는 에너지를 주관하는 핵심적인 기관입니다.
이를 쉽게 비유하자면, 갓 지은 밥을 담아두는 작은 보온도시락과 같습니다. 아이들은 아직
신체와 정서가 온전히 성숙하지 않아 이 마음의 도시락 크기가
성인에 비해 무척 작고 온기도 쉽게 가라앉습니다. 새로운 학교 환경이나 학업,
교우 관계라는 겨울바람 같은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여린 심장과 담낭의 기운이
급격히 위축되는 심담구겁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마음의 온기가 식어버리니 기혈 순환이 정체되고,
그 정체된 기운이 소화기나 두뇌로 몰리면서 검사상 이상이 없는 복통이나 두통,
수면 장애라는 신체적 증상으로 발현되는 것입니다. 즉, 아이의 등교 거부와
통증은 꾀병이 아니라 마음의 보온도시락이 차갑게 식어버려 더 이상 밖으로
나갈 에너지가 없다는 신체적인 호소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불균형을 차근차근 바로잡기 위해 한방신경정신과에서는 뇌와 신체의 균형을 동시에 아우르는
세밀하고 정성 어린 조율을 시행합니다. 아이의 억눌린 기운을 부드럽게 소통시켜
소화기와 두뇌에 정체된 통증 유발 요소를 완화하고, 약해진 심장과 담의 기운을
북돋아 마음의 연료를 따뜻하게 채워주는 방향을 모색합니다. 더불어 가정 내에서도
자녀의 마음 탄력성을 높여줄 수 있는 조심스러운 지침이 병행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하거나 통증을 호소할 때, 억지로 설득하거나 다그치기보다는
"우리 O O이가 학교에 가려니 마음이 많이 힘들고 배가 아팠구나" 하고 아이의 힘겨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먼저 수용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주말이나 방과 후에 아이와 함께 가벼운 산책을
하며 따뜻한 햇볕을 쬐게 해주는 것은 식어버린 몸과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는 훌륭한 방법입니다.
거창한 대화보다는 부드러운 신체 접촉을 자주 해주고, 가정이라는 공간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따뜻한 울타리임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다시 일어설 힘을 얻게 됩니다.
어두운 터널 속을 걷는 듯한 자녀의 이 시기도 부모님의 따뜻한 이해와 차분한 대처가 함께한다면
언젠가 다시 활짝 웃으며 학교 문을 나서는 맑은 날이 찾아올 것입니다. 홀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기보다는 정서적인 온기와 의학적인 정보를 함께 나눌 수 있는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의 조력을 통해 마음의 무게를 조금씩 덜어내 보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자녀와 부모님 모두의 가정 내에서 온전한 치유와 평안이 깃들기를 먼 발치에서 온 마음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오늘 전해드린 답변이 힘겨운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로와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