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받으면 터지는 폭식, 제 의지 문제일까요? (신촌 20대 후반/여 폭식증)
대학 진학 후 다이어트 압박과 취업 스트레스가 심해지면서 밤마다 이성을 잃고 엄청나게 먹은 뒤 후회와 구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제 의지가 약해서 그런 건지, 치료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인지 혼란스럽고 무섭습니다.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이루다입니다.
음식을 먹는 순간의 짧은 해방감 뒤에 찾아오는 극심한 자책감과 번민,
그리고 스스로 조절하기 힘든 식욕 때문에 얼마나 당황스럽고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계실지 감히 그 깊이를 다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폭식 이후 밀려오는 후회와 몸과 마음의 고통 속에서 홀로
눈물 흘렸을 모습을 생각하면 무척이나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현재 겪고 계신 증상은 결코 본인의 의지가 나약하거나 성격이
유약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며, 마음의 상처와 스트레스가
신체적 한계에 부딪혀 보내는 간절한 구조 신호이니 스스로를 다그치며 마음에 더 큰 짐을 지우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처럼 스트레스 상황에서 식욕을 통제하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음식을 섭취하는 증상을 단순한 식탐이나 정신적인 나태함으로 보지 않고,
우리 몸 내부 장기의 기능 저하 및 기혈 순환의 불균형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파악합니다.
특히 오랜 기간 누적된 스트레스와 과도한 다이어트 압박으로 인해
체내의 소중한 정기와 진액이 극심하게 소모되면 '기혈허(氣血虛)'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이를 쉽게 비유하자면, 자동차의 엔진오일과 냉각수가 바닥을 드러내어
작은 언덕을 오를 때도 엔진이 과열되고 흔들리는 상태와 유사합니다.
몸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정서적인 안정을 유지해 줄 윤활유 같은
에너지가 고갈되다 보니, 뇌 신경계가 과도하게 흥분하고
이를 일시적으로 진정시키기 위해 강렬한 음식 자극을 갈구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정서적 중압감이 해소되지 못하고 쌓이면 마음을 주관하는
장부인 심장과 담이 약해져 '심담구겁(心膽俱怯)' 상태가 되기 쉽습니다.
이는 작은 바람에도 격렬하게 흔들리는 등불과 같아서, 평소라면
유연하게 넘길 수 있었던 일상적인 자극이나 사소한 스트레스에도
자율신경계가 쉽게 흥분하여 몸 안의 순환을 막고 기운을 한곳에 뭉치게 만듭니다.
이렇게 뭉친 기운이 위로 치받치며 마음의 통로를 차단하기 때문에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해지며,
뇌는 이 답답함을 소화 작용을 통해 억지로 뚫어내려는 보상 심리로 폭식을 유발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스스로를 억지로 통제하려 하거나 무조건 참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신체적인 불균형을 바로잡아 마음을 담는 그릇을 먼저 편안하고 튼튼하게 채워주는
접근을 고려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현재 기혈의 흐름이 어느 곳에서 막혀 있는지,
그리고 심장과 담의 기능이 얼마나 약해져 있는지 면밀하게 살피는 정밀한
진단과 의학적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장부의 균형을 맞추고 예민해진 자율신경을 안정시키는 침 치료나
순한 한약 처방 등의 의학적 접근을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일상생활 속에서는 음식을 무조건 참거나 제한하는 극단적인 식단 계획보다는,
정해진 시간에 일정한 양의 식사를 규칙적으로 섭취하여 몸에 안심할 수 있는 신호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깨어있는 낮 시간에 하루에 20분이라도 햇볕을 쬐며 가볍게
주변을 산책하는 등 몸의 생체 리듬을 자연스럽게 깨워주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음식을 먹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들 때는 조급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5분만 심호흡을 하며 걷거나 따뜻한 물을 마시는 등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행동 요령도 도움이 됩니다. 지
금 겪고 있는 답답함은 잠시 걸음을 멈추어 서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돌보라는 중요한 부름일 뿐이니,
의학적 정보를 바탕으로 천천히 회복의 과정을 밟아가시길 바랍니다.
어둡고 답답한 터널을 지나가는 듯한 시간 속에서도 지친 마음이
다시 편안함을 찾고 건강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가정 내에서의 치유를 늘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작성해 드린 답변이 현재의 불안함과 고민을 덜어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