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기 전학한 뒤로 너무 힘들어하는데요. (노원구 10대 초반/남 적응장애)
안녕하세요. 집에 사정이 있어서 이사가 좀 잦은 편입니다. 아이는 올해 5학년인 아들 하나인데요. 지금 학교는 지난 2학기 10월쯤에 전학을 왔는데, 아직 적응을 잘 못하고 힘들어하는 눈치에요. 아이가 직접 내색은 하진 않지만, 좀 걱정되는게 자면서 잠꼬대도 많이 하고 잠을 편해 못 자는 것 같습니다. 배 아프다, 머리 아프다는 얘기도 자주 하고 한창 커야 하는데 뭘 잘 안 먹으려고 해요. 방학 중인데도 별 변화가 없네요. 검색을 해보니 이사나 전학을 자주 하는 아이들한테 적응장애라는게 생길 수 있다고 하던데, 제 아이고 그거일까요?
의사 답변 (1)
답변완료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헌입니다.
아이가 겪고 있는 증상들과 부모님의 걱정스러운 마음을 깊이 공감합니다. 말씀하신 증상들을 토대로 볼 때, 아이가 현재 겪고 있는 현상은 ‘적응장애(Adjustment Disorder)’의 범주에 해당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적응장애는 인식 가능한 스트레스 요인이 발생한 후 3개월 이내에 나타나는 정서적·행동적 부적응 반응을 의미합니다. 적응장애 아동에게 가장 대표적인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전학(30%)과 이사(7%)입니다.
적응장애의 주요 증상으로는 우울, 불안, 수면장애, 자율신경계 항진 등이 나타나는데, 아이가 보이는 잠꼬대와 깊이 잠들지 못하는 모습은 전형적인 수면 교란 현상입니다. 아동의 적응장애는 성인보다 더 심하고 장기화되는 경향이 있어, 약 50% 정도는 증상이 1년 이상 지속되기도 합니다. 방학 중에도 변화가 없는 것은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대한 내면의 긴장을 여전히 풀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아이가 직접 힘들다고 말하지 않으면서 몸이 아픈 것은 심리적 고통이 신체적 증상으로 변환되는 '신체화(Somatization)' 현상입니다. 이성적인 뇌보다 정서적인 뇌가 먼저 발달한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말로 설명하는 대신 속이 뒤틀리는 느낌, 통증, 뻣뻣하게 굳는 반응 등으로 표현합니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깨뜨려 심장 박동과 호흡에 영향을 주고, 결과적으로 소화 기능(식욕 저하, 복통)이나 통증 조절(두통)에 문제를 일으킵니다.
아이가 더 불안해하는 이유는 있습니다. 잦은 이사는 아이에게 안정성(저런 나쁜 일은 나에게 안 생길 거야)과 의미 있는 세상(세상은 예측 가능하다)에 대한 기본 신념을 흔들어 놓을 수 있습니다. 이사가 잦아지면 아이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끼게 되며, 이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한 과도한 경계심으로 이어집니다. 반복된 전학으로 인해 기존의 지지망(친구, 익숙한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분리되면서 지독한 고립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적응장애는 조기에 치료할 때 스트레스와 증상을 완화하고 예방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만약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크다면, 장부기혈(臟腑氣血)의 조건과 체질을 개선하여 불안과 공포, 지나친 걱정이나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약과 같은 한방치료가 도움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치료가 처한 상황을 직접 바꿔드릴 순 없습니다만, 정신적 신체적 조건을 개선시켜서 스트레스 상황에 잘 적응하고 원치 않은 증상들이 나오지 않도록 기회를 만들어드릴 순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이가 겪는 고통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뇌와 몸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부모님의 따뜻한 지지와 '시간을 두고 기다려주는 태도'가 아이에게는 가장 큰 치유의 힘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