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작은 아이, 비염 영향 큰가요? (광주 소아/남 키성장)
안녕하세요. 초등 2학년 9살 남자아이 키 때문에 여쭤봐요.
어릴 때부터 또래보다 작은 편이긴 했는데 학교 올라오고 나서 그 차이가 좀 더 눈에 띄는 것 같더라고요. 밥은 잘 먹고 딱히 아픈 데도 없어서 그냥 타고난 건가 하고 넘겼는데...
애가 비염이 유독 심거든요. 병원 치료도 꾸준히 다니고 있는데 코막힘이 완전히 안 잡혀서 잠을 깊게 못 자는 날이 꽤 있어요. 코 막혀서 입 벌리고 자다가 깨기도 하고요.
요즘 친구들이랑 나란히 서 있는 걸 보면 차이가 있다 싶어서 생각해봤더니... 혹시 비염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게 키 쪽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은 거예요. 밥은 잘 챙겨먹이고 있는데 그게 다 소용이 없는 건지 모르겠어서요. 비염이 키 성장에 실제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건가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기호필입니다.
잘 먹이는데 왜 안 크나 싶으셨을 텐데, 비염을 연결해서 생각하신 게 정확한 방향입니다.
비염이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냐고 물어보셨는데, 줄 수 있어요.
키가 자라는 데 가장 핵심이 되는 게 성장호르몬인데, 이게 하루 종일 고르게 나오는 게 아니에요. 밤에 깊이 잠든 동안, 그중에서도 잠이 가장 깊은 서파수면 구간에서 집중적으로 분비돼요. 하루 분비량의 70% 이상이 이 시간에 나옵니다. (Van Cauter & Plat, J Pediatr, 1996)
코막힘이 심한 아이들은 자면서 입으로 숨을 쉬게 되고, 수면이 자꾸 얕아지거나 끊겨요. 그러면 서파수면 구간 자체가 짧아지고, 성장호르몬이 제대로 나올 시간이 줄어드는 거예요. 잘 재우고 있어도 실제로 성장호르몬이 충분히 분비되는 환경이 아닌 거죠.
밥은 잘 먹는데 키로 잘 안 이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수 있어요.
먹는 걸 충분히 채워 넣어도, 성장호르몬 분비 자체가 부실하면 그게 키로 전환되는 효율이 낮아요. 비염이 없는 아이라면 같은 식사로도 더 잘 쓸 수 있는데, 코막힘으로 수면이 매일 밤 방해받는 한 그 손해가 조금씩 쌓이는 구조예요.
병원 치료를 받는데도 코막힘이 잘 안 잡힌다고 하셨는데, 만성 비염은 그때그때 증상을 억제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경우가 많아요.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이 급성기엔 도움이 되지만, 코 점막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기저 상태 자체는 건드리지 못하거든요. 약을 끊으면 다시 막히는 패턴이 반복되는 게 이 때문이에요.
한방에서는 그 기저 상태를 바꾸는 방향으로 다뤄요.
신이청폐탕 계열 처방에서 신이(辛夷)의 비알칼로이드 성분은 코 점막 혈관의 과도한 반응을 조절하고, 황금(黃芩)의 바이칼린은 과민해진 면역 반응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해요. 증상이 올라올 때마다 억제하는 게 아니라, 점막이 자꾸 붓고 막히는 상태 자체를 바꾸는 쪽이에요. 비염이 안정되면 코로 자연스럽게 숨을 쉬면서 수면 질이 올라오고, 서파수면 구간이 제대로 확보되면서 성장호르몬 분비 환경이 만들어져요.
비염을 잡는 것과 키 성장을 준비하는 게 이 아이한테는 같은 방향이에요.
9살이면 남아 급성장기까지 보통 3~4년 남은 시점이에요. 지금 비염이 지속되면서 수면이 매일 방해받는 상태로 급성장기를 맞이하면, 그 구간에서 쓸 수 있는 성장 효율이 줄어들어요. 지금부터 비염을 제대로 잡아두면, 급성장기가 왔을 때 그 효율을 온전히 쓸 수 있는 준비가 되는 거고요.
아이가 코 편하게 자고 잘 자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