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가슴 통증, 심장병 아니에요? (노원구 20대 초반/남 신체화장애)
안녕하세요. 21살 남자입니다. 제가 몇 달 전부터 왼쪽 가슴 부위에서 한번씩 통증이 생깁니다. 뭔가 뜨끔뜨끔하고 불쾌한 느낌인데요. 그러면 심장박동도 빨라지고 긴장감이 올라갑니다. 처음에는 응급실을 가봤고 나중에 내과도 가보고 심장초음파니 가슴 엑스레이니 다 해봤습니다. 근데 이상은 없다고 하고 의사들이 제가 좀 예민해서 그렇다는 식으로 얘기합니다. 근데 전 너무 겁나고 걱정되서 좋아하던 운동도 못 하고 거의 하루 종일 신경이 가고 있습니다. 정말 제가 지나치게 예민하게 구는건가요? 정말 심장병 아닐까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헌입니다.
왼쪽 가슴의 통증과 그로 인한 심장 질환에 대한 공포로 일상생활까지 지장을 받고 계시니 마음이 무척 무거우실 것 같습니다. 여러 전문적인 검사(심장 초음파, 엑스레이 등)에서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느끼는 통증은 환자분에게 매우 실감 나고 고통스러운 경험일 것입니다.
환자분이 겪고 계신 증상은 '의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신체 증상(MUPS)'의 범주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신체화장애(신체증상장애)가 대표적일 수 있는데요. 병원 검사는 심장의 '모양'이나 '염증' 같은 구조적인 문제(하드웨어)를 찾는 데 집중합니다. 하지만 환자분의 증상은 장기 자체의 손상이 아니라, 그 장기를 조절하는 신경계의 기능적인 조절 오류(소프트웨어의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가슴 부위의 근육이 긴장하면서 뜨끔거리는 통증이나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의사들이 '예민하다'고 표현하는 것은 환자분의 성격 결함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인 '통증 역치(threshold)'와 관련이 있습니다. 신체화장애를 겪는 분들은 신체 감각을 고통으로 감지하는 역치가 낮아, 보통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사소한 감각도 심한 고통이나 위협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통증이 생길까 봐 하루 종일 신경을 쓰고 좋아하는 운동까지 중단한 상태는 뇌가 신체 감각에 과도하게 집중하게 만들어, 작은 자극도 더 크게 느끼게 되는 악순환을 만듭니다.
전문의를 통한 정밀 검사에서 이상이 없었다면, 구조적인 심장 질환일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현재 환자분이 겪는 증상은 질환 자체보다 '증상을 해석하는 방식'과 그로 인한 '불안'이 핵심입니다. 가슴 통증을 '심장병의 신호'로 파국화(최악의 상황으로 가정) 하여 인식하면, 불안이 심박수를 더 높이고 이것이 다시 통증을 악화시키는 패턴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환자분이 느끼는 고통은 꾀병이 아니라 뇌와 자율신경계가 반응하는 실제적인 신체 반응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치료의 시작입니다. 가슴의 느낌을 '위험한 병'이 아니라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인 긴장 신호'로 바꾸어 생각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심담허겁(心膽虛怯, 심장과 담력이 약함)이나 간기울결(肝氣鬱結, 스트레스로 기운이 막힘) 등으로 보고 치료합니다. 장부기혈(臟腑氣血)의 균형을 맞추고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키는 한약 처방을 중심으로, 침뜸, 약침, 부항, 추나 치료 등을 병행하여 뇌 스스로 스트레스를 조절할 힘을 길러주어 가슴 통증과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환자분은 아직 젊고 신체적 회복력이 충분합니다. 증상에 매몰되기보다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되찾는 치료를 병행하신다면 충분히 예전처럼 활기차게 운동을 즐기실 수 있을 것입니다. 가까운 한의원이나 관련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상세한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장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