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시험 낙방과 미래에 대한 불안, 우울증일까요? (일산 20대 후반/남 우울증)
공무원 시험을 3년째 준비하고 있는 20대 후반 수험생입니다.
이번에도 간발의 차이로 떨어지고 나니 이제는
책만 봐도 가슴이 답답하고 눈물이 왈칵 쏟아집니다.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커서 밥도 잘 안 넘어가고,
독서실에 앉아 있어도 멍하니 천장만 보게 되네요.
친구들은 하나둘 자리를 잡아가는데 나만 멈춰 서 있는 것 같아
밤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잠을 설칩니다.
단순히 공부하기 싫은 핑계인지, 아니면 마음이 병든 것인지 상담받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유시연입니다.
오랜 시간 고독한 싸움을 이어오며 몸과 마음이 닳아버린 질문자님의 글을 읽으니,
그 막막함과 자책감이 고스란히 느껴져 가슴이 참 먹먹합니다.
간발의 차이라는 아쉬움이 오히려 독이 되어 스스로를
더 날카롭게 찌르고 계신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
지금 질문자님이 느끼시는 눈물과 무기력함은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마치 마라톤을 완주하고도 다시 뛰라는 명령을 받은
심장처럼 마음의 엔진이 과부하 되어 잠시 멈춰선 상태일 뿐입니다.
그동안 포기하지 않고 달려오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다는 위로를 먼저 꼭 건네고 싶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수험생들이 겪는 이러한 만성적인 불안과
우울을 '심담허겁(心膽虛怯)'과 '귀비상(歸脾傷)'의 관점에서 풀이합니다.
질문자님의 마음 상태를 '촛불'에 비유해 볼까요?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는 활활 타오르던 불꽃이
장기간의 스트레스와 영양 불균형, 수면 부족으로 인해
이제는 작은 바람에도 파르르 떨리며 꺼지기 일보 직전인 상태입니다.
'심담허겁'은 마음의 중심인 심장과 용기를 담당하는
담의 기운이 극도로 약해진 것을 말합니다.
이 기운이 허해지면 대수롭지 않은 생각에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엄습하게 됩니다.
또한, 과도한 생각과 근심은 소화기를 주관하는 비장(脾臟)의
기운을 상하게 하는데 이를 '귀비상'이라 합니다.
"사즉기결(思則氣結)"이라 하여 생각이 너무 많으면 기운이 뭉치게 되고,
이로 인해 입맛이 없고 머리가 맑지 못하며 멍한 상태가 지속되는 것입니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뇌로 가는 혈류와
기운이 막혀 있어 효율이 나지 않는 신체적 상태에 놓인 것이지요.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을 채찍질하며 책상 앞에 억지로 앉아 있기보다,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한방 치료는 단순히 정신력의 문제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신체 리듬을 바로잡아 마음이 쉴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줍니다.
질문자님의 체질에 맞춘 한약 처방은 소모된
심장의 혈(血)을 보충하고 뭉친 기운을 풀어주어
불안감을 낮추고 집중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또한 침 치료와 향기 요법은 뇌의 피로도를 낮추고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잡아주어, 밤에 숙면을 취하고
아침에 맑은 정신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몸의 기운이 살아나야 비로소 다시 펜을 잡을 용기도 생겨납니다.
생활 속에서는 '합격'이라는 결과보다 '오늘 하루의 생존'에 집중해 보세요.
하루 20분만이라도 햇볕 아래서 천천히 걷으며
발바닥의 감각에 집중해 보시길 바랍니다.
이는 뇌에 휴식을 주고 막힌 기운을 소통시키는 가장 좋은 천연 치료제입니다.
또한,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 때마다
"나는 지금 더 높이 뛰기 위해 잠시 굽히고 있는 중이다"라고 스스로를 다독여 주세요.
질문자님, 시험의 결과가 질문자님이라는 존재의 가치를 결정짓지는 못합니다.
지금의 우울함은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라,
치열하게 살아온 당신의 영혼이 보내는 휴식의 요청입니다.
적절한 치료와 돌봄을 통해 몸의 에너지가 다시 차오르면,
머지않아 맑은 정신으로 목표를 향해 당당히 나아갈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이 답변이 질문자님의 불안한 마음에 작은 쉼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자신감을 회복하고 밝은 미래를 향해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