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아무래도 adhd인 것 같은데, 방치되고 있어요. (노원구 10대 후반/여 청소년ADHD)
고1 여학생인데요. 어릴 때부터 조용한 편이었고 어른들 눈에 거슬리는 짓은 잘 안 했어요. 공부도 어쩌면 하는 척만 했던 것 같은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친구들 공부하는 속도에 못 따라가는 걸 알았어요. 뭔가 집중하는데 어려워서 선생님 설명을 듣다가 머리 속에선 딴 길로 새고 책을 읽다가도 맥락을 놓치고 그래요. 제가 말도 많이 안하고 표현도 잘 안해서 부모님도 잘 모르세요. 이렇게 방치하다시피 해도 괜찮을까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헌입니다.
고1 여학생으로서 그동안 혼자서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을지 충분히 공감합니다. 말씀하신 내용은 '주의력 결핍 우세형(ADD)', 일명 '조용한 ADHD'의 전형적인 모습과 매우 일치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금처럼 방치하는 것은 본인의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자존감에도 큰 상처를 줄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여아들은 과잉행동보다는 주의력 결핍(부주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실제보다 적게 진단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능이 좋은 경우 초등학교나 중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본인의 능력으로 어느 정도 학습을 따라가며 증상을 숨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과 과정이 복잡해지는 시기가 오면 뇌의 '조절 기능'이 한계에 부딪혀 증상이 뚜렷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더구나 어릴 때부터 조용하고 사고를 치지 않았기 때문에 부모님이나 선생님은 질문자님이 그저 성실한 학생이라고 믿으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ADHD는 머리가 나쁘거나 의지가 부족한 문제가 아닙니다. 뇌의 엔진(지능)은 매우 고성능이지만, 불필요한 자극을 차단하고 정보를 적절히 나누어 처리하는 '브레이크(억제 시스템)' 기능이 약한 상태입니다. 정보를 체계화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며 집중을 유지하는 '사무처리 능력'이 제한되어 있어, 선생님 설명을 듣다가 딴생각이 나거나 책의 맥락을 놓치게 되는 것입니다.
반복되는 학습 부진과 실수를 겪다 보면 "나는 무엇을 해도 실패한다", "나는 멍청하다"는 식의 부정적인 자아상을 갖게 되고 결국 자신감을 잃게 됩니다. 학업 스트레스와 무기력감이 지속되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같은 추가적인 정서적 문제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부모님은 질문자님의 어린 시절 행동 양상을 가장 잘 알고 계시는 분들이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 부모님의 정보가 매우 중요합니다. 용기를 내어 지금 느끼는 어려움을 솔직하게 말씀드려 보세요. 인터넷 자가테스트에 의존하기보다 정신건강의학과나 관련 한의원을 방문하여 객관적인 검사와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동안 이 어려움을 혼자 견디느라 참 힘들었구나"라고 스스로를 먼저 다독여주세요. 지금의 어려움은 질문자님의 잘못이 아니라 뇌의 생물학적 특성 때문입니다. 정확한 진단은 변화를 위한 첫걸음입니다. 적절한 도움을 받는다면 질문자님이 가진 능력을 온전히 발휘하며 훨씬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더 이상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진료를 받아보시길 권장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