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배가 살살 아파요. (양주시 10대 중반/남 신체화장애)
안녕하세요. 중3 남자인데요. 배가 살살 아픈 증상이 자꾸 생기네요. 학교나 학원에서 시험을 본다거나 발표를 해야 한다거나 뭔가 긴장된 분위기에서 더 그래요. 먹는 것 때문에 그런가 싶어서 인스턴트도 안 먹고 찬 것도 안 먹고 그러는데요. 별로 영향도 없어요. 암튼 배가 아파도 설사 하거나 그러지도 않고 식욕이 막 없지도 않아요. 제가 스트레스에 예민해서 그런건가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헌입니다.
중학교 3학년이면 학업과 진로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시기라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치기 쉬운데, 반복되는 복통까지 겪고 있어 고생이 많으시겠습니다. 적어주신 내용을 바탕으로 볼 때, 환자분의 증상은 전형적인 '신체화(Somatization)' 현상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환자분이 느끼는 증상은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니라 우리 몸의 실제적인 반응입니다. 시험이나 발표처럼 긴장된 상황에서 우리 몸은 '투쟁-도피 반응'을 일으켜 교감신경을 활성화합니다. 이때 뇌는 에너지를 근육이나 심장에 집중시키기 위해, 당장 생존에 급하지 않은 위장관으로 가는 혈류를 의도적으로 줄입니다. 위장으로 가는 혈액 순환이 줄어들면 위장의 운동 및 분비 기능이 저하되어 소화불량이나 복통이 발생하게 됩니다. 설사를 하지 않더라도 장기가 긴장 상태에 놓이면 충분히 통증을 느낄 수 있습니다.
먹는 것을 조절해도 효과가 없는 이유는 구조가 아닌 기능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내시경 같은 검사는 장기에 혹이나 염증이 있는 '구조적인(하드웨어)' 문제를 찾는 데 집중합니다. 하지만 환자분의 경우 장기 자체는 건강한데 이를 조절하는 신경계의 '기능적인(소프트웨어)' 오류로 인해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음식 조절만으로는 증상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를 '신체화장애(신체증상장애)'라고도 부르는데, 내적인 갈등이나 스트레스가 말이나 감정으로 표현되지 못하고 소화기 증상으로 대신 나타나는 것입니다.
중학생 청소년 시기에는 아직 몸과 마음의 관계가 충분히 분화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마음으로 느끼기보다 몸의 통증으로 먼저 표현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며, 특히 복통은 아동·청소년기에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신체 증상 중 하나입니다. 환자분이 겪는 복통은 몸이 대신 보내는 '고통의 언어'입니다. "내가 예민해서 그런가?"라고 자책하기보다, 현재 내 몸이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자신이 느끼는 통증이 꾀병이 아니라 뇌와 자율신경계가 반응하는 실제적인 고통임을 인정하는 것이 치료의 시작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간기울결(肝氣鬱結)' 즉, 스트레스로 인해 기운이 막혀 소화기 기능이 약해진 상태로 보고 치료합니다. 장부기혈의 균형을 맞추고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키는 한약 처방과 함께, 침뜸, 약침, 부항, 추나 치료 등은 뇌가 스스로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지금 환자분의 몸은 잠시 쉬어가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너무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부모님과 상의하여 가까운 한의원 등에서 상담과 검사를 받아보시길 권장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