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말수가 적어진 사춘기 아이, 단순한 반항일까요? (잠실 10대 중반/남 청소년 우울증)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예전엔 밝았던 아이가 최근 들어 방에만 있고 말수도 부쩍 줄었어요.
성적도 떨어지고 사소한 일에 짜증을 내는데,
처음엔 사춘기인 줄 알았지만 아이가 "마음이 텅 빈 것 같다"는
말을 해서 덜컥 겁이 납니다. 잠도 잘 못 자는 것 같은데 청소년 우울증일까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이유진입니다.
홀로 방 안에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아드님을
지켜보며 어머니의 마음이 얼마나 타들어 가고
힘드실지 감히 짐작조차 되지 않습니다. "마음이 텅 빈 것 같다"는
아이의 그 한마디가 어머니께는 얼마나 날카로운 아픔으로 다가왔을까요.
아이가 겪고 있는 그 막막한 어둠을 함께 걱정하며,
그 무거운 짐을 조금이나마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답변을 드립니다.
우리가 흔히 사춘기라고 부르는 시기의 감정 기복과
청소년기 우울증은 종이 한 장 차이처럼 보이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단순히 심리적인 문제로만 보지 않고,
우리 몸 안의 기운이 제대로 순환하지 못하고
엉겨 붙은 상태인 '기울(氣鬱)'이나, 심장의 에너지가
부족해져 작은 자극에도 쉽게 놀라고
불안해하는 '심담구겁(心膽俱怯)'의 관점에서 살핍니다.
이를 아주 쉬운 비유로 설명해 드리자면,
우리 아이의 마음을 하나의 '작은 호수'라고 생각해보세요.
원래는 맑은 물이 찰랑거리며 흘러야 하는데,
학업 스트레스나 교우 관계, 신체적 변화라는
커다란 돌덩이들이 호수 길목을 막아버린 것과 같습니다.
물이 흐르지 못하고 고여 있으니 탁해지고,
그 안에서 생명이 자라기 힘든 '텅 빈' 상태가 되는 것이지요.
또한, 성장을 위해 온몸의 에너지를 다 끌어 쓰다 보니
정작 마음을 지탱해줄 '기혈(氣血)'이 바닥나 버려,
자동차의 연료가 떨어진 것처럼 아무것도 하기 싫고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청소년기 우울증은 성인과 달리 슬픔보다는 짜증이나
반항, 혹은 신체적인 통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아이가 자신의 고통을 언어로 표현하는 데 서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재 아드님이 보이는 변화들은 어머니께 보내는 간절한 구조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아이의 몸과 마음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방신경정신과에서는 아이의 체질과
현재 기운의 흐름을 면밀히 파악하여, 꽉 막힌 기운을 소통시키고
부족해진 심장의 기운을 보강하는 처방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억지로 힘을 내라고 다그치기보다는,
아이의 지친 마음이 쉴 수 있는 튼튼한 울타리를 만들어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가정에서는 아이가 잠자리에 들기 전, 따뜻한 온도의
물로 족욕을 도와주시거나 가벼운 산책을 권해보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이때 아이에게 무언가 조언을 해주려 하기보다는,
그저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큰 위안을 얻습니다.
아이의 침묵을 기다려주시고, 아이가 입을 었을 때는
그 감정이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그동안 혼자 참느라 정말 애썼구나"라고
그 마음의 무게를 인정해주시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다시 밝은 웃음을 되찾고 호수의 물이 맑게 흐를 수 있도록,
전문가의 세밀한 진단과 따뜻한 상담을 통해 체계적인
도움을 받아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아이의 성장통이
너무 아프게만 남지 않도록 적절한 보살핌이 닿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아드님이 다시 세상 밖으로 건강하게 발을 내딛고,
어머니의 마음에도 평온한 봄날이 찾아오기를 간절히 기원하겠습니다.
아이는 분명 어머니의 사랑과 적절한 도움을 통해
이 어두운 터널을 잘 지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