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의지와 상관없이 머리가 덜덜 떨립니다 (마산 40대 중반/여 진전증)
안녕하세요. 최근 들어 스트레스를 받거나 몸 상태가 조금만 나쁘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덜덜 떨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주변 사람들이 제 모습을 보더니 고개를 왜 그렇게 흔드냐고 말해주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 의지대로 목을 가만히 멈추려고 온 힘을 다해 애를 써보아도 도무지 통제가 되지 않습니다.
손이나 발이 떨리면 주머니에 넣거나 물건을 쥐는 등 어떻게든 숨길 방법이라도 있을 텐데 머리는 남들에게 온전히 노출되는 부위라 숨길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과 마주 보고 이야기할 때 머리가 덜덜 떨릴까 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대화에 집중하기도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 자체를 피하게 되고 대인기포증까지 생길 것 같습니다.
겉으로는 목뼈나 뇌에 큰 이상이 없어 보이는데 왜 자꾸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지 너무 불안하고 한의원에서 혹시 고칠 수 있을지 간절히 여쭤봅니다.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한나입니다.
나의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시도 때도 없이 덜덜 떨리는 머리 때문에 그간 일상에서 얼마나 마음 졸이고 큰 스트레스를 받으셨을지 깊이 공감합니다. 특히 손발과 달리 머리는 가릴 수도 없고 타인의 시선이 가장 먼저 머무는 곳이기에, 떨림이 나타날 때마다 느끼셨을 당혹감과 심리적인 위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컸을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의 한마디에 상처를 받으면서도 증상을 스스로 멈출 수 없어 홀로 겪으셨을 그 고통과 답답함에 위로를 전합니다. 이 증상은 환자분의 마음이 약하거나 성격이 예민해서 생기는 꾀병이 아니며 신경계의 조절 능력이 저하되어 나타나는 명확한 질환이니 낙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환자분께서 호소하시는 증상은 전형적인 체머리 양상으로 한의학적으로는 두전증이 강력하게 의심되는 상태입니다. 두전증은 머리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리거나 위아래로 끄덕끄덕 떨리는 진전증 질환의 일종입니다. 평소에는 비교적 괜찮다가도 환자분의 말씀처럼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정신적인 스트레스, 피로가 극심해지면 증상이 유독 심해지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무언가에 집중하려고 하거나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여 고개를 억지로 멈추려 할 때 오히려 떨림이 더 커지기도 합니다. 이는 머리와 목을 지탱하는 근육들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뇌 신경계의 운동 조절 회로가 오작동을 일으켜 본래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음을 뜻합니다.
이러한 두전증의 근본적인 원인을 한의학에서는 심장과 간장의 기운이 상하고 영양이 부족해진 심간혈허와 내부에서 비정상적인 바람이 부는 풍양상동 상태로 진단합니다. 장기간 지속된 스트레스나 울화, 과도한 피로는 우리 몸의 뇌 신경을 촉촉하게 적셔주고 근육을 이완시켜 주는 혈액과 진액을 바닥나게 만듭니다. 몸 안의 냉각수 역할을 하는 정혈이 고갈되면 장부에 과열 현상이 일어나며 마치 마른나무가 불타듯 내부에서 뜨거운 화기와 풍기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 거친 바람의 기운이 몸의 가장 윗부분인 머리와 목 주변의 경락으로 치솟으면서 나뭇가지가 바람에 덜덜 흔들리듯 목 근육의 경련과 머리의 떨림을 유발하는 핵심 원인이 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방 치료는 신경을 억지로 억누르는 진정제에 의존하지 않고, 목 주변의 굳은 경락을 뚫어주고 신경계의 자생력을 높이는 근본적인 균형 회복에 집중합니다. 환자분의 체질에 맞추어 세심하게 처방되는 한약은 먼저 메마른 장부에 맑은 정혈을 풍부하게 공급하여 신경계에 필요한 영양을 채워줍니다. 동시에 상체로 치솟아 머리를 흔들어대던 비정상적인 풍기를 시원하게 가라앉혀 뇌 신경이 안정을 찾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한약을 통해 몸속의 음양이 조화를 이루고 장부의 열이 다스려지면,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로한 상황에서도 뇌 신경이 쉽게 동요하지 않아 머리가 덜덜 떨리는 증상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됩니다.
약물 치료와 병행하여 목과 어깨 주변의 꽉 막힌 기혈 순환을 촉진하는 침 치료와 약침 치료를 진행하면 떨림을 진정시키는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특히 경추 주변 근육의 긴장은 두전증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이므로 이 부위를 부드럽게 이완시켜 주는 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생활 속에서는 뇌 신경을 과도하게 흥분시켜 떨림을 유발하는 카페인 음료나 술은 반드시 멀리하셔야 합니다. 평소에 틈틈이 목과 어깨를 가볍게 돌려주는 스트레칭을 해주시고, 잠들기 전 따뜻한 물로 족욕을 하여 상체의 열기를 아래로 끌어내리는 습관을 지니는 것이 좋습니다. 두전증은 내부의 원인을 찾아 꾸준히 다스리면 충분히 호전될 수 있는 질환이니 전문가의 세밀한 진단을 통해 건강하고 당당한 일상을 꼭 되찾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