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해오던 직장생활인데, 요즘 유난히 너무 힘이 듭니다. (노원구 30대 초반/여 만성피로)
32살 여자입니다. 첫 직장이고 7년차 다니고 있는데요. 요즘 유난히 너무 힘이 듭니다. 출근 전에 항상 이유없이 불안하고 초초하고 긴장됩니다. 어떨 땐 눈물이 쏟아지기도 합니다. 정말 왜 가야 하나 싶고 근데 막상 출근하면 또 정신 없이 일을 하게 됩니다. 퇴근하면 온몸에 힘이 다 빠지는 느낌이 들고 여가 생활은 전혀 못합니다. 익숙한 일들이고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스트레스받고 힘들까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헌입니다.
7년 동안 첫 직장에서 성실히 근무해 오셨지만, 최근 겪고 계신 증상들은 질문자님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몸과 뇌가 보내는 심각한 '구조 신호'로 보입니다. 질문자님이 겪고 계신 '출근 전 불안과 눈물', '퇴근 후 극심한 탈진'은 만성피로 증후군이나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우리 뇌에는 각성과 활력을 조절하는 '뇌간망상체'라는 일종의 배터리가 있는데, 장기간의 직장 스트레스는 이 기능을 저하시켜 항상 피로하고 무기력한 상태를 만듭니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뇌의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HPA) 축'을 과도하게 자극합니다. 초기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과다 분비되지만,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결국 부신이 고갈되는 '탈진기(Exhaustion Stage)'에 진입하게 되어 온몸에 힘이 다 빠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일종의 가면 우울증과 감정의 셧다운 현상으로도 볼 수 있는데요. 막상 출근하면 정신없이 일하게 되는 것은 뇌가 생존을 위해 일시적으로 감정을 차단하고 업무 기능만 가동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대가로 퇴근 후에는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어 여가 생활조차 할 수 없는 '심리적 공동화' 현상을 겪게 됩니다.
한의학에서는 질문자님의 상태를 누적된 과로로 심신이 쇠약해진 '노권상(勞倦傷)'이나 '허로(虛勞)'로 설명합니다. 또 기혈허증(氣血虛證)이라고 하여, 우리 몸의 연료인 기와 혈이 소모되어 기운이 없고 불안초조하며, 움직이는 것조차 힘든 상태일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오장(五臟) 가운데 간장(肝臟)은 피로를 담당하는 '피극지본(罷極之本)'으로서, 간허(肝虛)로 간 기능이 허약해지면 근력이 떨어지고 감정 조절이 어려워져 사소한 일에도 눈물이 나거나 짜증이 날 수 있습니다.
한의원에서는 장부기혈(臟腑氣血)의 불균형과 체질을 개선하여 뇌의 활력을 되찾아주는 치료 방법들을 진행합니다. 이러한 한방 치료는 강제로 뇌를 억제하지 않아 머리가 멍해지는 부작용이 적고 근본적인 기력 회복을 돕는 장점이 있습니다. 7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뇌가 잠시 '셧다운'을 요청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상태가 적어도 2주 이상 지속되었다면, 지금은 그 신호를 무시하지 마시고, 가까운 한의원이나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본인의 체질과 상태에 맞는 적절한 상담과 치료를 받아보시길 간곡히 권유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