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의 통증은 펜타닐을 늘려도 왜 안 줄어드는건가요? (부천 60대 후반/남 암)
가족이 암 투병 중인데 최근 들어 부쩍 통증을 호소해서 펜타닐 용량을 자꾸 늘리고 있습니다. 병원 검사에서는 다행히 암 덩어리가 더 커지거나 전이된 건 아니라고 하는데, 암은 그대로인데 왜 갈수록 고통을 더 심하게 느끼는 건가요?
이러다가 약에 완전히 내성이 생겨서 나중에는 아무리 독한 진통제를 쏟아부어도 듣지 않게 될까 봐 너무 두렵습니다.
의사 답변 (1)
답변완료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의사 박성준입니다.
지금 환자분께 나타나는 현상은 병이 악화되었거나 환자분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닙니다. 펜타닐이라는 강력한 약물에 우리 몸의 신경계가 방어막을 치면서 생기는 아주 자연스러운 생리적 현상(내성)일 뿐입니다. 우리 몸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의료진은 이에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하는지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릴게요.
1. 암은 그대로인데 고통이 커지고 약이 안 듣는 이유
우리 몸은 펜타닐이 들어와 억지로 통증을 억누르고 있는 상태를 비정상으로 인식하고 지독하게 저항하기 시작합니다.
- 통증 스위치의 파업 : 펜타닐이 뇌의 통증 차단 스위치를 계속 누르고 있으면, 뇌는 아예 스위치를 숨겨버리거나 작동하지 않게 만들어서 약이 들어와도 작동하지 않게 만듭니다.
- 신경들의 확성기 시위 : 펜타닐이 뇌로 가는 통증 신호를 틀어막으면, 억울해진 통증 신경들은 뇌에 신호를 보내기 위해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통증 물질을 폭발적으로 쏟아냅니다. 암은 가만히 있는데 신경들이 확성기를 들고 소리를 지르니 더 아프게 느껴집니다.
- 통각과민 : 약을 오래 쓰다 보면 뇌의 통증 회로가 극도로 예민해져서, 옷깃만 스쳐도 뇌가 끔찍한 고통으로 착각하는 에러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진통제 때문에 오히려 몸이 통증에 더 예민해지는 악순환입니다.
2. 무작정 용량만 늘릴까요? 의료진의 영리한 우회
이러한 이유로 시간이 지날수록 약의 용량이 늘어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무작정 용량만 끝도 없이 올리면 환자분이 하루 종일 잠만 자거나 구역질, 호흡 저하 등 위험한 부작용이 오기 때문에 의료진은 내성을 우회하는 영리한 전략들을 함께 사용합니다.
- 진통제 교체 : 펜타닐에 꽉 막힌 방어막이 쳐졌다면, 아예 성분이 다른 모르핀이나 옥시코돈 같은 진통제로 약을 싹 바꿔버립니다. 몸은 이 새로운 약에는 아직 방어 체계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적은 용량으로도 통증이 다시 마법처럼 확 잡힙니다.
- 다각도 합동 공격 : 펜타닐 하나에만 의존하지 않고 우울증 약, 신경통 약, 소염제 등 다양한 성격의 보조 진통제를 섞어 씁니다. 여러 무기로 통증의 뿌리를 다각도에서 합동 공격하면 마약성 진통제의 용량을 무리해서 올리지 않아도 됩니다.
- 통증 고속도로 원천 차단 : 약물로도 해결이 안 될 때는, 아픈 부위에서 뇌로 이어지는 통증 신경 다발(고속도로)을 직접 찾아내어 시술로 일시적으로 마비시키거나 끊어버립니다.
마약성 진통제의 용량이 늘어나는 것은 결코 치료의 실패나 병의 악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몸의 신경계가 살기 위해 아주 치열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자연스러운 증거일 뿐입니다.
의료진은 무작정 약만 들이붓는 것이 아니라, 환자분이 통증 없이 편안한 일상을 유지하실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무기를 바꿔가며 철저하게 고통을 통제할 완벽한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안심하고 치료를 받으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