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찔까 봐 먹고 토하는 게 반복돼요, 제 자신이 미워요. (잠실 10대 후반/여 섭식장애)
에 살고 있는 고등학생입니다.
최근 살이 찌는 것에 대한 공포가 너무 심해져서
음식을 먹고 나면 습관적으로 토하게 됩니다.
거울을 보면 제 몸이 너무 비대해 보여서 굶게 되고,
그러다 폭식을 하면 죄책감에 견딜 수가 없어요.
몸은 점점 마르는데 마음은 더 불안해지기만 하는데 저도 다시 평범해질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이유진입니다.
가장 예쁘게 빛나야 할 청소년기에 거울 앞에서의 시간이
고통으로 가득 차 있고, 생존을 위한 식사 시간이
공포가 되어버린 상황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감히 짐작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먹고 토하는 과정에서 느꼈을 자괴감과 거울 속
자신을 향한 날 선 시선들이 질문자님의 마음을 얼마나 할퀴었을지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스스로 조절하고 싶어도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이 상황은 질
문자님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마음의 허기가 몸의 신호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혼자서 이 무거운 비밀을 안고 얼마나 외로운 싸움을 해왔을지,
고생 많으셨다는 따뜻한 위로를 먼저 건네고 싶습니다.
한방신경정신과에서는 이러한 섭식장애를 단순히 식욕의 문제로 보지 않고,
감정을 조절하는 '간(肝)'의 기운이 억눌려 소화기인
'비위(脾胃)'를 공격하는 '간비불화(肝脾不和)' 혹은
마음의 화가 쌓여 발생하는 '심화항성(心火亢盛)'의 관점에서 살핍니다.
우리 몸에서 비위는 단순히 음식을 소화하는 곳이 아니라,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심리적 완충지대이기도 합니다.
이를 비유하자면, 우리 마음속에 '자존감이라는 그릇'이 있는데,
이 그릇에 금이 가거나 구멍이 나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릇이 비어있으니 음식을 채워 넣어도 마음의 허기가 가셔지지 않고,
오히려 채워진 음식을 감당할 에너지가 없어 억지로 밀어내게 되는 것이지요.
체중 숫자에 예민해지는 것은 내면의 불안을 통제할 수 없으니,
눈에 보이는 수치라도 통제하려는 마음의 슬픈 몸부림과 같습니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기혈의 순환이 왕성하면서도 정서적으로는
'미성숙한 나무'와 같아서, 주변의 시선이나 스트레스라는
바람에 기운이 쉽게 꺾이고 소화기 기능이 마비되기 쉽습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먹어라' 혹은 '참아라'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뒤틀린 기운의 흐름을 바로잡는 것이 우선입니다.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억눌린 간의 기운을 풀어주고,
극도로 예민해진 소화기 기능을 회복시켜 몸이
음식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한약 처방을 통해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맞추고,
침 치료나 뜸 치료로 복부의 차가운 기운을 몰아내어
전신의 기혈 순환을 원활하게 하면, 뇌의 시상하부에서
조절하는 식욕과 포만감의 신호가 점차 정상적인 궤도를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인지왜곡을 바로잡는 상담을 병행하여 거울 속의 왜곡된 상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을 키우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일상에서는 우선 완벽주의적인 생각을 조금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하루 세 끼를 다 잘 먹어야 한다는 압박감보다는,
아주 작은 양이라도 '나를 아껴주는 마음'으로 천천히 씹어보는 연습부터 시작해 보세요.
식사 후 구토 충동이 들 때는 잠시 자리를 피해
가벼운 산책을 하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주의를 돌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무엇보다 이 문제는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하기 매우 까다로우므로,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몸과
마음을 동시에 돌보는 체계적인 관리를 시작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당장은 거울을 보는 것이 괴롭겠지만, 질문자님은 숫자나
외형만으로 정의될 수 없는 아주 소중하고 귀한 존재입니다.
몸이 다시 건강한 에너지를 되찾고 마음의 허기가
따스한 온기로 채워질 그날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스스로를 조금 더 너그럽게 바라봐 주시길 바라며,
답변이 질문자님께 작게나마 위로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