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닐 패치와 변비가 무슨 관련이 있나요? (부천 60대 후반/남 암)
아버지께서 암 투병 중인데 최근 통증이 심해져서 펜타닐 패치 진통제를 피부에 붙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패치를 처방해 주시면서 변비약을 잔뜩 같이 주시더라고요.
먹는 약도 아니고 피부에 붙이는 진통제인데, 왜 배에 작용하는 변비약을 먹으라고 하시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네요. 게다가 환자는 지금 변비 증상도 전혀 없는데 꼭 약을 미리 챙겨 먹어야 하는 건가요?
의사 답변 (1)
답변완료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의사 박성준입니다.
펜타닐 패치는 극심한 통증을 기가 막히게 잡아주지만, 동시에 장(대장)의 움직임마저 꽁꽁 얼어붙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왜 펜타닐 패치와 변비약이 무조건 바늘과 실처럼 짝꿍으로 다녀야만 하는지 3가지 이유로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장 운동의 일시 정지 버튼
펜타닐은 매우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입니다. 이 약물은 우리 몸의 신경 스위치에 달라붙어 극심한 통증을 못 느끼게 차단해 주는데, 안타깝게도 이 스위치가 위장관(장)의 벽에도 엄청나게 많이 모여 있습니다. 패치에서 흡수된 약물이 장에 있는 스위치에도 달라붙으면, 쉴 새 없이 꿈틀거리며 변을 밀어내야 할 장의 연동 운동이 마치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뚝 멈춰버리게 됩니다.
2. 돌덩이처럼 굳는 대변
장이 움직이지 않아서 변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대장에 오래 머물게 되면, 대장은 그 긴 시간 동안 변에 남아있는 수분을 계속해서 쫙 빨아들입니다. 결국 변은 수분을 모조리 뺏겨서 딱딱한 돌덩이처럼 굳어버리고, 장은 멈춰 있으니 환자 분은 끔찍하게 고통스러운 변비에 시달리게 됩니다.
3. 치명적인 응급상황, 장폐색
돌덩이처럼 굳은 변이 배출되지 못하고 꽉 막힌 상태에서 장의 움직임까지 완전히 멈춰버리면, 가스와 내용물이 위로 역류하며 장이 풍선처럼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는 장폐색이 발생합니다. 이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의 극심한 복통과 구토를 유발하며, 심하면 팽창된 장이 터져버려 당장 배를 열고 응급 수술을 해야 하는 생명과 직결된 무서운 합병증입니다.
4. 적응이 안 되는 부작용
마약성 진통제를 처음 쓰면 졸리거나 구역질이 날 수 있지만, 이런 부작용들은 며칠 지나면 몸이 약에 적응하면서 스르르 사라집니다. 하지만 변비만큼은 진통제를 사용하는 내내 우리 몸이 절대 적응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환자를 괴롭힙니다.
암 투병이라는 크고 고된 싸움 속에서, 통증은 환자 분을 가장 지치게 만드는 무서운 적입니다. 펜타닐 패치는 그 고통을 덜어주는 아주 고마운 무기이고, 변비약은 그 무기를 안전하게 쓸 수 있도록 받쳐주는 훌륭한 방패입니다. 두 가지 약을 잘 활용하셔서 환자 분께서 통증 없이 한결 편안한 일상을 보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