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빙글빙글 돌고 기운이 없어요. (구로 50대 중반/여 어지럼증)
얼마 전부터 갑자기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고 걸을 때마다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휘청거립니다.
이비인후과 검사에서는 귀에 이상이 없다고 하고, 빈혈도 아니라는데 저는 너무 고통스러워요.
특히 피곤하거나 신경 쓰는 일이 있으면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메스꺼움까지 느껴집니다.
나이가 들면서 기력이 떨어져서 그런 건지, 한방으로 이런 증상이 잡힐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가나입니다.
갑작스럽게 땅이 꺼지는 듯하거나 주변이 빙글빙글 도는
어지럼증을 겪으며 얼마나 놀라고 불안하셨을지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특히 병원 검사에서조차 뚜렷한 원인이 나오지 않으면 "혹시 큰 병은 아닐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과 함께, 누구에게도 고통을 온전히 이해받지 못한다는
외로움까지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평범했던 일상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기분이었을
질문자님께 따뜻한 위로를 전하며, 지금의 증상은
우리 몸의 평형 감각을 조절하는 기운의 질서가
잠시 흐트러진 것이니 너무 염려하지 마시라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한방신경정신과에서는 이처럼 기질적인 원인이 불분명한
어지럼증을 '현훈(眩暈)'이라고 부르며, 단순히 머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오장육부의 정체된 기운과 전신의 영양 상태가 불균형해졌을 때 나타나는 신호로 파악합니다.
이를 비유로 설명하자면, 우리 몸을 '뿌리가 깊은 나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나무가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꼿꼿하게 서 있으려면
뿌리(신장과 하체)가 단단해야 하고, 줄기(소화기와 혈맥)를 통해
맑은 영양분과 수분이 잎사귀(머리)까지 잘 전달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뿌리가 약해지거나 줄기 어딘가가 막혀 영양 공급이 불안정해지면,
나무 윗부분인 잎사귀가 파르르 떨리며 중심을 잡지 못하게 됩니다.
질문자님이 느끼시는 어지럼증은 바로 머리라는 잎사귀에 맑은
기운이 충분히 도달하지 못하거나, 불필요한 '탁한 기운'이
올라와 방해를 받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적 원인으로는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첫째는 '기혈양허(氣血兩虛)'입니다. 갱년기를 지나며
기력이 쇠해지면 뇌로 가는 혈류와 에너지가 부족해져
조금만 움직여도 아찔하고 기운이 빠지는 어지럼증이 나타납니다.
둘째는 '담탁중저(痰濁中阻)'입니다. 소화 기능이 떨어져
몸 안에 노폐물인 '담음'이 쌓이면, 이것이 맑은 기운의 순환을 막아
머리가 무겁고 속이 메스꺼우며 세상이 도는 듯한 증상을 유발합니다.
마지막으로 '간양상항(肝陽上亢)'은 스트레스로 인해
간의 뜨거운 열기가 머리로 치솟아 갑작스러운
회전성 어지럼증과 두통을 동반하는 경우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현재 질문자님의 몸속에서 어떤 기운이 부족하고
어디가 막혀 있는지를 면밀히 진단해보시라고 권유해 드립니다.
부족한 기혈을 보충하여 뿌리를 튼튼히 하고,
머리 쪽에 정체된 탁한 담음을 제거하여 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치료 방향을 통해 몸의 중심을 잡는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생활 속에서는 갑작스럽게 자세를 바꾸는 동작을 피하고,
일어날 때 천천히 움직이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평소 따뜻한 물을 자주 마셔 체내 순환을 돕고,
과도한 생각이나 걱정은 뇌의 에너지를 급격히 소모시키므로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통해 신경계를 안정시켜야 합니다.
소화에 부담을 주는 기름진 음식이나 짠 음식은 담음을
형성하기 쉬우므로 담백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도 어지럼증 관리에 큰 도움이 됩니다.
어지럼증은 우리 몸이 "지금 너무 과부하가 걸렸으니
잠시 멈추고 나를 돌봐달라"고 보내는 간절한 신호입니다.
혼자서 참으며 불안해하기보다는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통해 내면의 평형을 되찾고,
발을 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다시금 견고하고 평온해지는 일상을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오늘의 답변이 질문자님의 흔들리는 몸과 마음에 작은 이정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맑은 정신으로 상쾌한 하루를 시작하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