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너무 들떴다가 가라앉아 일상이 무너졌어요. (인천 20대 후반/남 조울증)
며칠 동안 잠도 안 자고 에너지가 넘쳐서 일을 벌였다가, 갑자기 끝없는 우울함에 빠져 집 밖을 나가지 못하는 생활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기분의 기복이 너무 심해서 대인관계도 힘들어지고 제 성격이 이상해진 건가 싶어 괴로워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멈추고 평범한 일상을 되찾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남열입니다.
마치 통제할 수 없는 파도에 몸을 실은 것처럼,
극단을 오가는 기분의 변화로 인해 얼마나 혼란스럽고 지치셨을지 그 마음이 오롯이 전해져 옵니다.
에너지가 넘칠 때는 의욕에 앞서 무언가를 추진하지만,
이내 찾아오는 무력감과 자책감 때문에 스스로를 비난하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계실 텐데요.
이러한 기분의 기복은 결코 질문자님의 성격이 나쁘거나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은 마음의 온도를 조절하는 장치가 잠시 고장 난 상태일 뿐이며,
이는 적절한 관리를 통해 충분히 안정을 찾아갈 수 있는 부분임을 먼저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조울증처럼 감정의 진폭이 큰 상태를 '전광(癲狂)'의 범주에서 살피며,
그 원인을 우리 몸 안의 '불(火)'과 '담(痰)'의 불균형으로 설명합니다.
이를 비유하자면, 우리 마음이라는 솥 아래의 불길이 너무
세게 타오르면 물이 끓어 넘쳐 통제 불능의 상태(조증)가 되고,
반대로 불이 완전히 꺼져버리면 물이 차갑게 식어 아무런 온기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울증)가 되는 것과 같습니다.
특히 극심한 스트레스나 과로로 인해 체내의 비정상적인 노폐물인 '담음'이 쌓이면,
이것이 심장의 맑은 기운을 가로막아 감정 조절 시스템을 방해하게 됩니다.
불꽃이 지나치게 치솟을 때는 그 열기를 식혀주고,
불꽃이 사그라들 때는 다시 따뜻한 기운을 북돋아 주는 '중용'의 상태를 만드는 것이 치료의 핵심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기분의 널뛰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불안정한 뇌 신경계와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보시기를 권유드리는 이유는,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만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몸 안의 과도한
화기를 내리고 부족한 진액을 채워 마음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 때문입니다.
심장의 기운을 안정시키고 뇌의 피로도를 낮추어 주는 과정을 통해,
감정의 파도가 지나치게 높게 일렁이지 않도록 내면의 중심을 잡아가는 지지대가 필요합니다.
생활 속에서는 규칙적인 수면 시간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최우선입니다.
조울증은 수면 패턴이 무너질 때 증상이 악화되기 쉬우므로,
기분이 들뜨더라도 정해진 시간에는 불을 끄고 누워 몸을 이완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또한, 감정의 변화를 기록하는 '기분 일기'를 써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내가 언제 에너지가 과해지는지, 언제 무기력해지는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다 보면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기 전에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격렬한 운동보다는 차분한 산책이나 요가처럼 몸과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활동을 병행해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지금은 비록 롤러코스터를 탄 듯 어지럽고 힘든 시기이지만,
우리 몸의 균형이 회복되면 흔들리던 마음도 다시 평온한 중심을 찾게 될 것입니다.
질문자님이 겪고 계신 이 폭풍우가 지나가고, 잔잔하고 평화로운
일상의 바다를 다시 마주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스스로를 너무 몰아세우지 마시고, 조금씩 천천히 회복의 길로 나아가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