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밤마다 울며 깨고 짜증이 늘었는데 소아정신과 가야 하나요? (파주 소아/남 소아정신과)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입학 후 부쩍 웃음이 사라지고 사소한 일에도 날카롭게 짜증을 부립니다.
밤에는 깊게 잠들지 못하고 자꾸 깨서 우는데, 소아정신과나 한의원 진료가 필요한 상황인지 부모로서 마음이 너무 무너집니다.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유시연입니다.
보내주신 글을 읽으며, 하루하루 변해가는 어린 자녀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셔야 했던 부모님의 마음이 얼마나 타들어 가고 아프셨을지 그
깊은 슬픔과 애타는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져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
가장 예쁘고 밝게 웃어야 할 아이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고 사소한 자극에도 날카롭게 짜증을 부릴 때,
그리고 밤마다 깊이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여린 몸을 바라보며 '혹시 내가 아이를 잘못 키운 것은 아닐까' 하는
미안함과 자책감으로 홀로 눈물 흘리셨을 부모님의 모습이 그려져 깊은 위로의 마음을 먼저 전합니다.
지금 부모님이 느끼시는 그 막막함과 두려움은 결코 부모님의 잘못이 아니며,
아이 또한 일부러 반항을 하거나 심술을 부리는 것이 아닙니다. 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그릇이 아직 작고 여린 아이가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정서적 무게나 긴장감을 만나,
몸 안의 균형이 잠시 무너져 내렸음을 부모님께 간절하게 보내고 있는 도움의 신호입니다.
아이의 짜증 섞인 외침 뒤에 숨겨진 상처와 부모님의 깊은 걱정을 따뜻하게 안아드리며, 이 힘겨운 시기를 지혜롭게 바라보고자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처럼 어린아이들이 정서적인 불안정함을 보이며 수면과 행동에 변화를 겪는 상태를
'심담구겁(心膽驅怯)'과 '간기울결(肝氣鬱結)'의 관점으로 바라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아이의 몸과 마음을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작은 시냇물'과 이를 담아내는 '자그마한 둑'에 비유해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감정을 조절하고 여과하는 힘이 아직 온전히 발달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낯선 학교생활이나 또래 관계, 혹은 보이지 않는 환경의 변화로 인해 마음속에
지속적인 긴장과 스트레스가 쌓이게 되면 감정의 소통을 주관하는 간(肝)의 기운이 한곳으로 꽉 막히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간기울결'입니다. 흐르던 시냇물이 커다란 돌에 막혀 고이고 고이면 결국 둑을 넘쳐흐르듯,
억눌린 기운이 밖으로 표출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성인처럼 슬픔을 표현하기보다 '짜증'이나
'과도한 행동'으로 감정을 터뜨리게 됩니다. 동시에 마음의 중심을 잡아주고 세상의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장부인 심장과 담도가 약해져 극심한 두려움과 긴장을 느끼는 '심담구겁'의 상태가 겹치게 되면,
마치 작은 바람에도 온통 흔들리는 얇은 천막처럼 자율신경계가 과민해집니다.
이로 인해 밤에 안정감을 느끼지 못해 자꾸 깨서 뒤척이고 소리 내어 울게 되며, 낮 동안 쌓인 스트레스와
허열이 위로 떠올라 뇌를 계속 깨우는 신체적 불균형 현상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는 아이의 짜증 섞인 행동을 버릇없다고 다그치거나 억지로 훈육하려 하기보다,
내부적으로 꽉 막혀 있는 기운을 부드럽게 소통시켜 주고 지친 장부의 기능을 보완해 주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한방신경정신과에서는 소아 환자 개개인의 고유한 체질적 특성과 정서적 흐름을 면밀히 살펴 마음의
그늘을 만들어낸 신체적 불균형의 원인을 찾아내는 데 집중합니다. 아이의 체내에 억눌린 기운을
부드럽게 풀어주어 감정의 소통을 돕고, 약해진 심장과 담도의 기능을 보충하여 외부 자극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마음의 방어벽을 다져나가는 한의학적 조절이 이루어집니다.
이와 함께 가정 내에서도 아이의 정서적 안정을 돕는 작은 실천들을 시작해 보시는 것이 큰 힘이 됩니다.
아이가 짜증을 낼 때 행동을 즉각 수정하려 하기보다 "우리 아이가 지금 마음이 많이 답답하고 속상하구나" 하고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소리 내어 읽어주는 조용한 수용이 정체된 감정의 실타래를 푸는 첫걸음이 됩니다.
또한, 아이가 깊은 잠에 들 수 있도록 잠들기 전 따뜻한 물로 가볍게 통목욕을 시켜주거나 발바닥을
부드럽게 마사지해 주어 위로 떠오른 가열된 기운을 아래로 내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낮 시간에는 거창한 활동 대신 아이의 손을 잡고 햇볕을 쬐며 가볍게 동네 놀이터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기
혈의 순환을 돕고 마음의 활력을 깨우는 데 긍정적인 자극이 됩니다.
지금은 비록 아이의 밝은 미소가 가려져 있고 매일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조마조마하고 막막하시겠지만,
짙은 구름 뒤에는 항상 변함없는 태양이 기다리고 있듯이 이 어두운 시기 또한 영원히 머물지는 않을 것입니다.
현재 마주한 고통을 가족들만의 힘으로 헤쳐 나가기 버겁고 아이의 행동 변화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면, 소아청소년의 마음 결을 세심하게 살피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춘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의 조언과 체계적인 조력을 구해보는 것도 아이의 숨통을 워주는 지혜로운 길이 될 수 있습니다.
부디 스스로를 너무 다그치거나 미안해하지 마시고, 오늘 하루는 지친 몸과 마음에 온전한 휴식과 안정을 선물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아이의 얼굴에 다시 맑고 편안한 웃음꽃이 피어나고 온 가족이 평온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가정 내에서의 치유와 회복을 진심을 다해 묵묵히 응원하겠습니다. 작성해 드린 정서적 지지와
의학적 정보가 담긴 이 답변이 힘든 시간을 지나고 계신 부모님의 마음에 작은 위로와 희망의 빛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