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너무 많이 자요. 병원 안 가봐 될까요? (노원구 30대 초반/남 주간졸림증)
안녕하세요. 31살 남자인데요. 남들은 밤에 잠을 안 자려고 한다는데, 날 새는 건 생각도 못합니다. 문제는 항상 잠을 충분히 자는데, 최소 9시간 이상씩 자는데도 낮에 시도 때도 없이 졸립니다. 요즘 봄이라서 그런지 춘곤증? 암튼 일하고 나서 점심 먹고 나면 정신 못 차리게 졸립니다. 좀 심하다 싶고 업무에도 약간 지장이 생깁니다. 체질일까요? 병원에 가 봐도 할까요? 아니면 한의원에서 보약 같은 걸 먹어봐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헌입니다.
매일 9시간 이상 충분히 자는데도 낮에 쏟아지는 졸음 때문에 업무에 지장까지 겪고 계시다니 걱정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먼저, 9시간 이상 자야만 일상생활이 가능한 분들은 의학적으로 '롱 슬리퍼(Long Sleeper)' 범주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보통 성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7.5~8시간이지만, 사람마다 필요한 수면량은 크게 다릅니다. 만약 질문자님이 선천적으로 9시간 이상의 잠이 필요한 체질이라면, 남들처럼 밤을 새우는 것은 생체 리듬상 매우 힘든 일이 됩니다.
충분한 시간 동안 잠을 자는데도 주간 졸음이 심하다면 다음과 같은 문제를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주간졸림증(낮과다졸림증)’입니다. 7시간 이상의 충분한 수면 후에도 낮 동안 심한 졸음이 반복되고, 잠을 깨고 난 뒤에도 정신이 멍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이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 비록 드물지만, 갑작스럽게 참을 수 없는 졸음이 쏟아지는 '수면발작'이 동반된다면 기면증 여부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참고로 점심 식사 후 유독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졸린 것은 뇌의 각성을 조절하는 단백질인 '오렉신(하이포크레틴)'과 관련이 있습니다. 식사 후 혈당이 높아지면 오렉신의 분비가 줄어들어 각성 상태가 유지되지 못하고 졸음이 몰려오게 됩니다. 수면 시간은 길지만 실제 잠의 질이 낮아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심한 코골이와 같은 상기도저항증후군(UARS)이나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자는 동안 뇌가 반복적으로 깨면서 깊은 잠(서파 수면)을 방해받아, 낮에 극심한 피로를 느끼게 됩니다.
한의학에서는 노곤하고 잠이 많아져 계속 조는 상태를 '다면증(多眠症)' 혹은 '기와(嗜臥)'라고 부릅니다. 또한 ‘허로(虛勞)’는 기력이 쇠하거나 장부 기혈의 균형이 무너졌을 때 발생하며, 특히 비위의 기능이 떨어져 소화 시 에너지를 과도하게 쓰면 식후 졸음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한의원에서는 환자의 체질과 장부기혈 상태를 진찰하여 뇌가 스스로 수면과 각성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뇌의 각성을 촉진하고 집중력을 높이는 한약 처방이나, 기혈 순환을 돕는 침뜸, 약침, 부항, 추나 치료 등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업무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심하다면, 단순히 의지의 문제로 치부하기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수면 전문 병원에서 수면다원검사(PSG)를 통해 수면의 질이 어떤지, 무호흡이나 다른 수면 질환이 있는지 정확히 진단받아 보시길 권장합니다. 평소 만성 피로가 심하고 체력이 약하다고 느껴지신다면, 한의원에서 체질 개선과 뇌 기능 회복을 돕는 보약이나 치료를 상담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정말 졸릴 때는 오후 23시경에 15~30분 이내로 짧게 자는 것이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 수치를 낮추고 피로 개선에 도움을 줍니다. 주말에도 평일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생체 시계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질문자님의 경우 9시간을 자도 졸음이 심한 것은 수면의 '양'보다는 '질'이나 '각성 조절 기능'의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부디 적절한 진료를 통해 활기찬 일상을 되찾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