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날씨에도 가시지 않는 한기때문에 힘듭니다. (진해 50대 초반/여 배한증)
안녕하세요. 요즘 날씨가 부쩍 따뜻해져서 한낮에는 반팔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도 제법 보입니다.
그런데 저는 여전히 겨울 패딩을 꺼내 입지 않으면 집 밖을 나설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남들은 시원하다고 말하는 산들바람조차 저에게는 살을 에이는 듯한 칼바람처럼 느껴집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제가 추위를 조금 많이 타는 체질인가 보다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습니다.
하지만 계절이 바뀌고 꽃이 피는 시기에도 저만 계절을 거꾸로 사는 것 같아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기분이 듭니다.
길거리에서 두꺼운 외투를 입은 저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질 때면 너무 창피해서 자꾸 외출을 피하게 됩니다.
집 안에서도 전기장판을 틀어야 겨우 잠에 들 수 있고, 조금만 찬 기운에 노출되면 온몸이 오들오들 떨리면서 기운이 쭉 빠집니다.
단순히 기력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제 몸 어딘가에 큰 병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섭니다.
남들처럼 가벼운 옷차림으로 화창한 봄날을 즐기고 싶은데, 여름에도 이럴까봐 무섭습니다.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한나입니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날에도 홀로 겨울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그 고통과 답답함에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남들은 이해하기 힘든 본인만의 시린 감각은 일상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타인의 시선 때문에 겪으시는 심리적인 위축감 또한 상당하셨을 것입니다. 환자분께서 겪으시는 증상은 결코 이상하거나 창피한 일이 아니며, 우리 몸 내부의 온도 조절 시스템이 도움을 요청하며 보내는 정직한 신호임을 먼저 이해하셨으면 합니다.
환자분이 설명해주신 증상들을 종합해 볼 때 한의학에서는 이를 배한증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배한증은 등과 어깨를 비롯하여 전신에 걸쳐 비정상적인 추위를 느끼는 상태를 말합니다. 단순히 추위를 타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외부 온도가 따뜻함에도 불구하고 신체 내부에서 스스로 열을 생산하고 유지하는 기능이 극도로 저하된 병적인 상태입니다. 이 증상이 지속되면 소화 기능이 떨어지고 만성 피로에 시달리며 하복부가 차가워져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배한증의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 몸의 양기가 고갈되었기 때문입니다. 한의학에서 양기는 몸을 따뜻하게 데우고 외부의 찬 기운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방어막 역할을 합니다. 과도한 스트레스나 과로 혹은 선천적인 체력 저하로 인해 이 양기가 부족해지면 몸의 보일러가 꺼진 상태가 됩니다. 특히 등 부위는 양기가 흐르는 통로인 독맥이 지나가는 곳인데, 이곳이 식어버리면 아무리 겉옷을 두껍게 입어도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시린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방 치료는 꺼져가는 몸속의 불씨를 다시 살려 양기를 보충하는 데 집중합니다. 환자분의 체질에 맞춰 처방되는 한약은 비위의 기운을 돋워 에너지 생성을 돕고, 따뜻한 약재를 통해 혈액 순환을 촉진하여 온기가 전신으로 고르게 퍼지도록 합니다. 한약은 인위적인 자극이 아니라 몸 스스로 열을 생산하는 자생력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기운이 차오르기 시작하면 뼈속까지 스며들던 한기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소화가 편해지며 아침에 일어날 때의 컨디션이 눈에 띄게 좋아질 것입니다.
약물 치료와 함께 등과 복부에 직접 온기를 불어넣는 뜸 치료를 병행하면 더욱 탁월한 효과를 보실 수 있습니다. 뜸은 막힌 기혈을 뚫고 양기를 직접 보강하여 체온 조절 능력을 정상화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생활 속에서는 생강차나 계피차처럼 성질이 따뜻한 차를 자주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가벼운 근력 운동을 통해 몸의 근육량을 늘리면 근육에서 발생하는 열이 한기를 몰아내는 데 기여합니다. 배한증은 꾸준한 치료를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영역이므로 전문가의 세밀한 진단을 통해 몸속의 따뜻한 봄날을 되찾으시길 바랍니다. 환자분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편안하게 외출하실 수 있도록 저 또한 정성을 다해 돕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