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가사도 다 귀찮고 방전된 것 같은데 번아웃일까요? (동대문구 30대 초반/여 번아웃)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다 보니 최근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고 매사 의욕이 없습니다.
아침에 눈뜨는 것도 두렵고 심장이 이유 없이 두근거리는데 번아웃 증상일까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최은지입니다.
직장 생활과 육아라는 두 가지 커다란 무게를 양어깨에 짊어지고 매일을
치열하게 버텨내시느라 그동안 몸과 마음이 얼마나 지치고 고단하셨을지
감히 그 깊이를 다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남들은 다들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일상처럼 보이는데 왜 나만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조차 없이 벼랑 끝에 선 기분인지,
밤이 깊어갈수록 복잡한 생각 속에서 홀로 마음을 졸이셨을 무거운 마음에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마음을 편히 내려놓고 쉬고 싶은 소중한 시간마저 이유 없는 두근거림과 막막함에
압도당할 때면 스스로가 원망스럽고 다가올 미래가 한없이 두렵게 느껴지셨을 텐데,
이것은 결코 본인의 의지가 유약하거나 나약해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닙니다.
그동안 삶의 무거운 책임을 다하기 위해 스스로를 돌볼 겨를도 없이 전력을 다해 달려온 여린
심신이 이제는 정말 모든 에너지가 고갈되어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고
휴식을 취해야 할 때라고 보내는 몸속의 간절한 호소이자 정서적 신호일 뿐이니,
절대로 스스로를 탓하거나 원망하며 내면의 상처를 더 깊게 만들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처럼 과도한 정신적 압박감이나 누적된 피로로 인해 온몸의 기운이 소모되고
마음의 중심을 잡지 못하는 현상을 체내의 소중한 진액과 혈액이 바짝 메마르고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무너지는 기혈구허와 심담구겁의 관점으로 바라봅니다.
이를 일상적인 예로 비유를 하자면, 마치 오랜 시간 쉬지 않고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전속력으로 달려온 자동차가 엔진 룸의 냉각수와 연료가 바짝 메마른 상태에서
내부의 열기를 식히지 못하고 빨간 경고등을 뿜어내며 과열되는 상황과 같습니다.
우리 몸에서 일상을 유지하고 정서적인 안정을 유도해 주는 촉촉한 영혈과 진액이
장기간의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완전히 소모되면, 불안과 자제력을 조절하는
심장과 담장의 기운이 급격히 약해지게 됩니다. 마음을 편안하게 덮어줄 완충재가
얇아진 셈이라 위로 떠오른 허열이 머리와 가슴을 끊임없이 자극하게 되고,
이로 인해 뇌가 계속해서 비상 체제를 유지하며 사소한 자극에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극심한 무기력감에 빠져드는 정서적 정체 현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마음의 그릇이 작아진 것이 아니라 내면의 윤활유가 고갈되면서 자율신경을
유지하는 힘이 잠시 약해져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신체적 투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무작정 자신을 다그치며 강제로 의욕을 내려고 애쓰거나
자책감에 빠져 침대 위에서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상체로 몰린 과열된 정서적
열감을 아래로 내리고 부족해진 진액과 기혈을 정성스럽게 채워주는
체계적인 관찰이 큰 정서적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뭉친 기운을 부드럽게 소통시키고
심신의 긴장도를 낮추어 몸 안의 소생하는 에너지를 돋우는 과정이 다시 차분하고
맑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 속에서는 스트레스로 인해
무기력감이 강하게 차오를 때 거창한 일을 하려고 하기보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입으로 가늘고 길게 숨을 내쉬는 복식 호흡에 집중하며 마음의 긴장을 시각적으로
분리해 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됩니다.
또한 낮 동안 30분 이상 따뜻한 햇볕을 쬐며 가벼운 산책을 하여 신체 활동을
조금씩 늘려주면 뇌의 완충 공간을 넓히는 데 긍정적인 자극이 되며,
잠들기 전에는 따뜻한 물로 족욕을 하여 상체로 몰린 허열을 발아래로 순환시켜
주는 것도 기운의 소통을 돕는 좋은 방법입니다. 카페인이 많은 커피나
에너지 음료는 중추신경을 자극하여 두근거림과 불안감을 악화시켜 번아웃을
심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당분간 멀리하고,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며 내면을 돌보는 태도가 큰 보탬이 됩니다.
예기치 않게 마주한 마음의 소란과 기력의 정체 현상은 누구나 인생의 어느 거친 길목에서 마주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정서적 흐름의 정체 중 하나이기에, 혼자서 감당하기에 그 어둠이 너무 짙고
길게 느껴진다면 주변의 전문적인 한방신경정신과 의료진을 찾아 현재 나의 몸과
마음 상태를 면밀하게 점검해 보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은 눈앞이 흐릿하고 매일이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 들지라도,
내면의 고갈된 에너지가 조금씩 회복되고 정체된 기운이 풀리면 다시 예전처럼 편안하고
소중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는 힘이 내면에서 반드시 생겨날 것입니다.
먼 훗날 오늘을 돌아보며 한층 더 단단해진 자신을 따뜻하게 마주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가정 내에서 스스로의 마음을 귀하게 돌보고 치유해 나가는 그 모든 아름다운
발걸음을 따뜻한 마음으로 응원하겠습니다. 보내주신 고민에 대한 이 답변이 작은 위로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