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다르게 짜증이 늘고 학교가기 싫어하는데 이런게 우울증인가요? (부천 소아/남 소아우울증)
초등학교 저학년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밝던 아이가 언제부턴가 사소한 일에도 불같이 화를 내고,
아침마다 배가 아프다며 학교에 가기 싫어해요.
성인처럼 슬퍼 보이기보다 자꾸 짜증만 내는데 이것도 우울증일 수 있나요?
아이의 마음을 어떻게 돌봐줘야 할지 막막해서 도움을 청합니다.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이재은입니다.
아이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지켜보며 얼마나
당혹스럽고 걱정이 크셨을지 어머니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특히 "배가 아프다"며 등교를 힘들어하는 아이를 볼 때면,
정말 몸이 아픈 건지 아니면 마음이 힘든 건지 분간하기 어려워
부모로서 미안함과 답답함이 교차하셨을 것 같습니다.
소아우울증은 성인과 달리 슬픔을 '짜증'이나 '반항', 혹은
'신체 증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 놓치기 쉬운데,
이렇게 아이의 신호를 세심하게 살피고 질문을 주신 것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치유의 시작을 하신 것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아이들의 이러한 상태를 '간기울결(肝氣鬱結)'이나
'심담구겁(心膽怯)'의 관점으로 풀이합니다.
아이들은 성인보다 기운이 맑고 순수하지만, 동시에 감정의 변화에 몸이 훨씬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를 이해하기 쉽게 비유하자면, 우리 아이의 마음을 '작고 예쁜 화분'이라고 생각해보세요.
화분의 흙이 적당히 촉촉하고 햇볕이 잘 들어야 꽃이 활짝 피는데,
학업이나 교우 관계, 혹은 환경적인 스트레스라는 '찬바람'이
계속 불어오면 아이는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리게 됩니다.
마음의 통로가 꽉 막히면(기울), 그 에너지가 밖으로 부드럽게 나가지 못하고
'짜증'이라는 불꽃으로 튀어 오르거나, 소화기 쪽 기운을 막아 '복통'이라는 신체 증상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즉, 아이의 짜증은 "나 지금 마음이 너무 답답해서 숨을 쉴 수 없어요"라고 보내는 간절한 구조 요청인 셈입니다.
또한, 타고난 담력이 약해진 '심담구겁' 상태의 아이들은 세상이
너무 무섭게 느껴져 학교라는 낯선 공간에 가는 것 자체에 극심한 불안을 느낍니다.
엔진이 작은 차가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를 때 덜덜거리며
비명을 지르는 것과 비슷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의 행동을 단순히 버릇이 나빠졌다거나 예민하다고 치부하기보다,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보시길 권유드립니다.
한의학적인 소아 치료는 아이의 여린 몸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막힌 기운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데 집중합니다. 심장의 열을 내리고
담력을 보강하는 순한 한약 처방과 아프지 않은 자석침,
향기 요법 등을 통해 아이의 자율신경을 안정시키면,
아이는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여유를 되찾게 됩니다.
몸의 긴장이 풀리면 자연스럽게 복통 증상도 줄어들고 잠도 편안하게 잘 수 있게 됩니다.
가정에서는 아이가 짜증을 낼 때 "왜 화를 내니?"라고 다그치기보다,
"우리 OO이가 지금 마음이 답답해서 화가 나는구나"라고
아이의 감정을 먼저 읽어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배가 아프다고 할 때는 따뜻한 손으로 아이의
배를 부드럽게 마사지하며 스킨십을 늘려주세요.
부모님의 따뜻한 체온은 아이의 불안한 교감신경을 안정시키는 가장 좋은 천연 안정제입니다.
아이들은 회복력이 성인보다 훨씬 빠릅니다. 적절한 시기에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준다면, 머지않아 다시 예전처럼
해맑게 웃으며 학교 운동장을 뛰어노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드린 답변이 어머니와 아이의 평온한 일상을 되찾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의 마음속 비구름이 걷히고 따스한 햇살이 다시 깃들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어머니께서도 너무 자책하지 마시고 아이와 함께 천천히 이 시기를 잘 지나오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