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아픈데 아무도 안 믿어줘요. (동두천 10대 초반/여 신체화장애)
안녕하세요. 초등학교 5학년인데요. 자꾸 머리 아프고 배가 아프고 그러는데요. 저도 모르게 아프다는 말을 달고 살고 인상 쓰고 짜증이 나요. 친구들도 아픈척 하지 말라고 해요. 엄마랑 병원 가봤지만 의사 선생님도 신경이 예민한데 스트레스 받아서 그렇다고만 해요. 그러니까 엄마아빠도 심각하게 안들어주는 것 같아요. 전 분명 아픈데 정말 제가 예민한건가요?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헌입니다.
많이 힘들었겠군요. 병원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고 친구들이나 부모님도 꾀병처럼 여기니, 분명히 아픈데도 마음이 답답하고 속상했을 거예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신이 느끼는 통증은 절대로 가짜가 아니며 당신이 단순히 성격이 예민해서 그런 것만도 아닙니다.
의학적으로는 이런 상태를 '신체화(Somatization)' 또는 '신체증상장애'라고 부릅니다. 이는 마음속의 스트레스나 갈등이 말로 표현되지 못하고 머리나 배의 통증 같은 신체 증상으로 대신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검사 결과가 정상이라도 환자가 느끼는 고통은 확실하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실제적인 상태입니다. 꾀병은 일부러 아픈 척하는 것이지만, 신체화 증상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반응이라 본인 스스로 조절할 수 없습니다.
초등학생 시기에는 아직 몸과 마음의 관계가 하나로 묶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심리적인 고통을 말로 정확히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몸의 통증(복통, 두통 등)으로 나타나는 것이 매우 흔한 특징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가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이때 에너지가 근육과 심장에 집중되면서 위장으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어 배가 아프거나, 근육이 긴장되어 머리가 아픈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많은 사람이 '신경성'이라는 말을 "가짜 환자"나 "꾀병"으로 잘못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는 장기에 구조적인 손상이 있는 게 아니라 조절 기능에 문제(기능적 이상)가 생겼다는 뜻일 뿐입니다. 몸이 계속 아프면 자기도 모르게 인상을 쓰게 되고 예민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당신의 성격 탓이라기보다 지속되는 통증으로 인해 뇌와 신경계가 지쳐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내가 예민해서 그런가?"라고 스스로를 탓하지 마세요. 당신의 몸이 지금 너무 힘들어서 "도움이 필요해요"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병원 검사에서 이상이 없어도 내가 느끼는 통증은 실제적인 것이며, 이는 스트레스가 몸의 통증으로 나타나는 '신체화 증상'이라는 병일 수 있다"고 용기 내어 말씀드려 보세요.
한의학에서는 이런 경우 '심담허겁(심장과 담력이 약함)'이나 기운이 막힌 상태로 보고, 몸과 마음의 균형을 맞추는 치료를 통해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힘을 길러주기도 합니다. 가짜로 아픈 게 아닙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부모님과 다시 한번 진지하게 대화하여 마음과 몸을 함께 돌볼 수 있는 적절한 도움을 꼭 받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