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중에는 감기약도 먹으면 안되나요? (부천 60대 중반/남 암)
아버지가 항암치료를 받으며 버티고 있는데, 며칠 전부터 으슬으슬 춥고 기침이 난다며 감기 기운을 호소합니다. 평소 같으면 바로 약국에 가서 종합 감기약이나 해열진통제를 사 먹었을 텐데, 주변사람이 항암 중에는 감기약 하나도 마음대로 먹으면 큰일 난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콧물이나 기침을 멎게 하는 가벼운 감기약조차 함부로 먹으면 안 되는 건가요? 만약 주말이나 밤에 갑자기 아프면 집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의사 박성준입니다.
주변 분들의 조언이 아주 정확합니다. 약국에서 임의로 종합 감기약을 사 드시거나 동네 의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그냥 드시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단순한 감기약조차도 항암 중인 환자 분께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왜 그렇게 엄격하게 금지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명확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 가장 위험한 이유 : 생명을 지키는 응급 사이렌을 꺼버립니다
항암 중인 환자에게 38도 이상의 열이 난다는 것은 단순한 감기가 아니라, 면역력이 바닥나서 세균이 혈액을 타고 도는 패혈증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아주 다급한 응급 신호입니다.
그런데 시중에 파는 종합 감기약이나 진통제에는 대부분 해열제 성분이 들어있습니다. 이 약을 무심코 먹어버리면 열이 억눌려 정상 체온처럼 보이게 되고, 결국 치명적인 감염 신호를 놓쳐 생명을 살릴 골든타임을 잃게 될 수 있습니다.
2. 단순 감기가 아닌 폐렴의 초기 증상일 수 있습니다
일반인에게는 며칠 쉬면 낫는 감기일지 몰라도, 방어막이 무너진 항암 환자에게는 기침과 오한이 급격한 폐렴으로 넘어가는 첫 단계일 수 있습니다. 겉보기 증상만 약으로 덮어두었다가 며칠 만에 상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다니시는 병원에서 정확한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3. 지친 장기(간과 신장)에 치명적인 타격을 줍니다
환자 분의 간과 신장은 이미 독한 항암제를 해독하고 배출하느라 24시간 과부하 상태입니다. 여기에 여러 성분이 섞인 종합 감기약이 들어가면, 간과 신장이 버티지 못하고 손상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다음 항암치료 일정을 아예 미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감기기운이 있을때 안전한 대처법]
1. 가장 먼저 체온 재기 : 으슬으슬하다면 해열제를 먹기 전에 반드시 체온부터 재보세요. 만약 열이 38도 이상이라면 지체 없이 약이나 물을 드시지 말고 다니시는 암센터 응급실로 직행하셔야 합니다.
2. 병원에 먼저 전화하기 : 열은 없지만 기침이나 콧물이 불편하다면, 임의로 약을 사지 마시고 다니시는 병원에 먼저 전화를 해보세요. 환자 분의 현재 항암 스케줄에 맞춰 안전한 대처법을 정확히 안내해 줄 것입니다.
항암치료라는 험난한 과정에서는 작은 돌다리도 여러번 두드려보고 건너는 것이 정답입니다. 보호자님의 이런 철저한 확인 과정이 환자 분의 항암에는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원칙을 지키며 든든하게 환자의 곁을 지켜주신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