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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상담 질문
우울증2월 4일

성격이 변한 줄 알았는데, 우울증일까요? (진해 30대 중반/여 우울증)

안녕하세요. 저는 원래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주말이면 집에 붙어있지 않을 정도로 활동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핵인싸까지는 아니어도 에너지가 넘치는 편이라 주변에서 활기차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모든 게 귀찮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증이 찾아왔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어서 씻지도 않고 소파에 누워만 있고, 주말에 친구들이 만나자고 해도 핑계를 대고 약속을 피하게 됩니다.

저는 그냥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떨어져서 그런가 보다, 혹은 요즘 유행하는 MBTI가 E(외향형)에서 I(내향형)로 바뀌었나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남편과 친한 직장 동료가 저를 보더니 예전이랑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단순히 피곤하거나 성격이 변한 게 아니라 우울증인 것 같으니 상담을 좀 받아보라고 진지하게 걱정을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보니 예전에는 즐거웠던 일들이 이제는 아무런 감흥이 없고, 감정이 메마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슬픈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무기력한 것도 우울증인가요? 이런 문제도 한의원 치료를 받으면 예전의 활기찬 제 모습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의사 답변 (1)

답변완료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한나입니다.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던 예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물 먹은 솜처럼 무겁게 가라앉은 몸과 마음 때문에 본인 스스로도 많이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우셨을 것 같습니다. 노화나 성격의 변화라고 합리화하며 버텨오셨지만, 가장 가까운 가족과 동료가 걱정할 만큼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면 이는 분명 몸과 마음이 보내는 구조 신호입니다. 환자분께서 겪고 계신 극심한 무기력감, 의욕 저하, 대인기피, 그리고 즐거움의 상실은 전형적인 우울증의 증상으로 진단됩니다. 많은 분들이 우울증이라고 하면 하루 종일 울거나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 떠올리지만, 환자분처럼 에너지가 완전히 방전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형 우울증 또한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형태입니다.

우울증은 단순히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병이 아니라, 뇌와 신체의 에너지가 고갈되어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마치 자동차의 연료가 바닥나면 아무리 엑셀을 밟아도 차가 나가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환자분은 지금 성격이 내향적으로 바뀐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활동을 할 마음의 연료가 전혀 남아있지 않은 상태인 것입니다. 억지로 움직이려 해도 몸이 따라주지 않고, 뇌에서는 즐거움을 느끼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이나 도파민의 분비가 저하되어 감정이 무뎌지고 만사가 귀찮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이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므로 혼자서 이겨내려 하기보다는 적절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무기력형 우울증의 원인을 기혈양허와 기울의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기혈양허는 오랜 기간 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아 우리 몸을 움직이는 기본 에너지인 기와 혈이 텅 비어버린 상태를 말합니다.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니 마음을 쓸 여력이 없고, 늘 피곤하며 눕고만 싶은 것입니다. 기울은 스트레스로 인해 기운의 흐름이 꽉 막힌 상태로, 에너지가 있어도 돌지 않아 정작 필요할 때 쓰지 못하고 답답함만 느끼게 됩니다.

한의원에서의 치료는 인위적으로 기분을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고갈된 연료를 채우고 막힌 통로를 뚫어주는 근본 치료를 시행합니다. 치료의 핵심이 되는 한약은 환자분의 체질에 맞춰 처방됩니다. 먼저 인삼, 황기, 당귀, 용안육 등의 약재를 사용하여 부족해진 기혈을 강력하게 보충해 줍니다. 몸에 에너지가 차오르면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가벼워지고, 잃어버렸던 의욕이 조금씩 살아나게 됩니다. 또한 시호, 향부자, 울금 등을 사용하여 가슴 속에 맺힌 답답한 기운을 풀어주어(소간해울), 정체된 에너지가 전신으로 활발하게 돌 수 있도록 돕습니다.

한약 치료와 병행하는 침 치료는 뇌의 혈류 순환을 개선하고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맞춰주어 무거웠던 머리를 맑게 하고 활력을 되찾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우울증은 내버려 둔다고 해서 성격처럼 자연스럽게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부족한 기운을 채워주는 한의학적인 도움을 받는다면, 환자분은 다시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즐겁고 주말이 기다려지는 예전의 그 활기찬 에너지를 분명히 되찾으실 수 있습니다. 무기력이라는 늪에서 빠져나와 다시 생기 넘치는 일상을 누리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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