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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상담 질문
우울증4월 17일

패배자란 느낌에서 못 벗어나겠어요. (동대문 20대 후반/여 우울증)

저도 남들처럼 행복해지고 싶은데, 인생이 너무 힘들어요. 친한 친구 한 명도 없고요. 부모님도 제 얘길 안 들어줘요. 주변에는 저한테 상처만 주는 사람만 있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정신과에선 우울증이라고 해요. 정신과약도 먹고 있지만 듣는지 잘 모르겠어요. 정신병원에 입원도 해봤었어요. 결과적으로는 원 위치에요. 이제 곧 서른인데, 앞으로가 더 비관적이에요. 어떻게 살죠?

의사 답변 (1)

답변완료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김헌입니다.

현재 겪고 계신 고통은 단순히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뇌의 회복 회로가 지친 상태에서 보내는 간절한 구조 신호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우울증에 걸린 뇌는 자기 자신과 주변 환경, 그리고 미래를 모두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어두운 색깔의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기 때문에, 지금 느끼시는 비관적인 생각들은 객관적인 사실이라기보다 질환으로 인한 인지적 왜곡일 수 있습니다.


먼저 일상에서 '상승 나선'을 만드는 아주 작은 행동부터 실천해보세요. 우울증 상태에서는 거창한 목표를 이루기 어렵습니다. 뇌의 도파민 회로를 깨우기 위해 1분 내외로 끝낼 수 있는 사소한 일부터 시작해 보세요. 사소한 성취감을 느끼는 것도 좋습니다. '아침에 물 한 잔 마시기', '침구 정리하기', '접시 하나 닦기'처럼 아주 작고 생산적인 일을 하나씩만 해보세요. 이러한 작은 성공들이 쌓여야 다시 움직일 에너지가 생겨납니다.


생활 리듬 회복에 힘써보세요. 우울증은 생활 리듬이 깨질 때 악화됩니다. 가급적 정해진 시간에 자고 일어나려 노력하고, 낮에 짧게라도 햇볕을 쬐며 산책하는 것이 뇌 속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합성을 도와 기분 조절에 큰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도 고립에서 벗어나 외부의 도움을 구하셔야 합니다. 우울증은 사람을 고립시키지만, 역설적으로 사회적 지지는 회복에 필수적입니다. 부모님이 내 마음을 몰라준다면, 익명성이 보장되는 전문 상담 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혹여나 지금 당장 죽고 싶을 만큼 힘들다면 주저하지 말고 자살예방 상담전화(109)나 정신건강 위기상담전화(1577-0199) 등에 연락하여 상담을 받으세요. 이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 때문에 최후의 선택을 하지 않도록 돕는 중요한 안전장치입니다.


이미 정신과약도 복용 중이시고 정신병원 입원 치료도 해보신 경험이 있으신데요. 만약 양약만으로 호전이 더디거나 부작용이 걱정된다면 한방 치료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체질과 장부기혈(臟腑氣血)의 불균형을 바로잡아 뇌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자생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며, 이는 기존 우울증약과 병행하여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서른이라는 나이는 인생의 이야기가 결정되는 시기가 아니라, 오히려 시련을 통해 더 현명하고 강력한 자아를 형성할 수 있는 '외상 후 성장'의 기점이 될 수 있습니다. 당신은 결코 한심한 사람이 아니며, 단지 마음의 에너지가 잠시 고갈되어 휴식이 필요한 상태일 뿐입니다. 부디 자신을 위한 작은 첫걸음을 내딛으시길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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